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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신작시/문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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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아
국밥 한 그릇 외 1편
문득 전화 걸어보고 싶었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는 사람
오래 만나지 못했어도 어제 본 듯
낯설지 않은 사람
언제 보아도
내 안의 나 같이 이슬로 맺혀오는 사람과
함께 같이
납짝집 연탄난로 메캐한 구석자리에
마주 앉아
오늘의 피곤과 곰삭은 세상사 상처
의 그늘이 저절로 게워 나와도
말없이 눈길을 건네기만 해도
위안의 가슴 손길 다독여주는
그런 사람 하나와
이마에 송글몽글 땀방울 맺혀가며 후후
삼십 년 한 자리 지켜온 주인아낙의
뚝심만큼 큼직한 깍두기 서로 얹어주며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서로의 밥
아껴가며 아껴가며 비워 가는
국밥 한 그릇
봄이면 나는 허기가 진다
온 세상 벌판
저 빈 양푼에
송골송골 봄나물들
하늘과 땅이 잔치 벌인다
커다란 숟가락
치켜들고 내달려 나가
쓱싹쓱싹
맛깔나게 비벼
새싹비빔밥 한 그릇
오장육부 구석구석
온통 풀물 파랗게 질릴 때까지
주둥이 박고 코 박고 들어앉아
뽈때기 미어터지게 퍼먹고 싶다
문정아∙200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한 줄로 남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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