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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신작시/손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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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제섭
내 눈은 아직 외 1편
차의 라디오를 끈다.
차창 밖의 코스모스를
흔드는 바람의 색들이
꽃의 색깔마다 다르다
내게 다 보내지 않는 너의 색깔도
희고 붉고 푸르냐고
잠자리처럼 맴돌며 묻는다
벼처럼 고개를 숙이고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논둑의 노란 콩과 들꽃을 꺾는다
메뚜기 풀무치 때까치의
노는 모습이 정겨워
마음을 담아 너를 보지만
내 눈은 모른다고 한다
콩들이 깎지 안에서 여무는 시기와
들꽃들의 피고 짐과
풀벌레들의 삶의 길이와
너와 나 사이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
내 눈은 아직 모른다고 한다
축문祝文
밤새 나를 어지럽히던
꿈속의 새 한 마리
아침 예불 소리에
머리를 풀고
밤새 고요하기를 그치지 않던
갈참나무 이파리 하나
아침 햇살에
運命을 告하는
絶命의 끝에서 쓰는
축문 한 줄
내 文章은
여기서 끝난다
손제섭∙ 2001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 그 먼 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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