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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신작시/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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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00회 작성일 08-03-0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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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도로시의 가을

세월이 지나가는 가을 들판에 허수아비 하나 서 있습니다.

그 옆에 느낌표 하나 찍어 봅니다.

느낌이 있는 허수아비! 가을 들판,

분주한 농부의 손길 옆에 쉼표 하나 찍어 봅니다.

농부는 지나는 자리마다 마침표를 찍고,

일손을 놓고 잠시 쉬고 있는 농부, 옆에

쉼표 하나 찍어 봅니다.

농부가 화안한 미소를 띠며 담배 한 가락 피워 뭅니다.

담배를 피는 농부 옆에 말줄임표 여럿 찍어봅니다.

가을걷이로 말이 필요 없는 가을,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할 말을 잃은 가을 들판에서.

허수아비 하나 남루를 걸친 채 바람에 휘청댑니다.





삼성혈, 그 구멍

아아, 어머니. 그 구멍에서 내가 나왔음을 압니다. 아버지가 나오고, 할아버지가 나오고, 산과 바다가 나왔음을, 아아, 어머니. 그 구멍에서 나온 숱한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싼 채 나를 반사反射합니다. 수많은 내가 그들을 통해 분열하고 있습니다. 온통 사방이 거울인 방에 들어선 것처럼 수많은 나를 되쏘는 사람, 사람들. 아아, 어머니. 그 구멍으로 들어가서 되나올 수 없는, 새파란 음성을 듣습니다. 그 구멍에서 폭풍이 불고 비바람 몰아치는 그런 날에, 우산도 없이 수많은 내가 걸어 나옵니다. 아아, 어머니. 오늘 그 구멍에서 꽃이 피었습니다. 붉은 검은 하얀 노란 푸른 꽃이 피었습니다. 아아, 어머니.



변종태
1990년부터 ≪다층≫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멕시코 행 열차는 어디서 타지', '니체와 함께 간 선술집에서', '안티를 위하여'. 현 ≪다층≫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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