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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신작시/박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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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63회 작성일 08-03-01 03:13

본문

박해람
나뭇잎이 떨어져서


나뭇잎이 떨어지듯 한 여자가 스르르 나무에서 풀려났다
냄새나는 그림자가 다 날아가 버리고
영혼은 그때서야 풀려난다
며칠 무거웠던 나뭇가지는 제 것 아닌 다른 열매의 낙과落果를 내려 다 볼 뿐이고
숨기 좋아하던 슬픔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나무 밑
제 그림자 위에 눕듯 반듯한 나뭇잎.
먼저 떨어진 푸른색 왼쪽 신발이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힘 다 빼고 흔들려 보았겠지
늘어진 가지에는 아직 힘 붙어 있는데
모든 힘 가지에 걸어놓고 흔들흔들
하얗게 익어갔겠지
세상에 걸어 놓았던 힘들은
다 온몸으로 옮겨와 뻣뻣하게 굳어갔을 꺼야
마지막 잠시 동안 주고 간다는 그 푸른 힘
그 힘으로 바삭거리며 말라 잎은 경직이 되어 갔을 꺼야

빼서 지붕위로 던진 젖니 같은 여름
흔들려 빠진 나뭇잎
허공엔 영혼들이 나뭇잎처럼 날아다니고

한 남자가 오래 지붕 위를 올려다보듯 나무 밑에 서 있었는데

後日 잎은 무성했고 그늘 또한 넓었으나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나무
먼지에 쌓여 지워졌다는 길옆의 그 나무.
결국.



仙女와 나무꾼

煙氣들의 책무는 사라지면서 날아오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니 허공은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同色이다

세상의 모든 불길은
연기로 그 길을 내면서 돌아간다
모든 존재들의 관계 또한
바싹 마른 木의 성질에 가까우므로
뿌리가 없는 것들은 그저 홀연히 사라지는 것으로
그 책무를 다한다

타다만 木柵처럼 남아있는 울음
한 채의 집을 다 태우고서야
보란 듯 내보이는 분노, 그 後景의 뼈
슬픔으로 가득 찬 남자가 서서히 지워지는 길을 올려다본다
울음의 얼굴을 바라보는 흐느낌에
불씨가 숨어 있다

슬프다는 것은 한 쪽의 일방적 截煙 때문이고 슬픔은 흩어질 허공이 없다

나무꾼의 책무는 통나무를 쓰러트리는 일과
나무 밑에서 알몸 없는 倚伏을 훔쳐 두는 것이었는데
허공에 그 본적을 두었던 仙女가 돌아가고
내력의 관계들이 불타 깨끗해진 이별은 검은 색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장작의 틈으로
너무 마른 구름이 스며들었을 것이라는 추측

매운 것도 눈물의 일종, 세상 사람의 절반은 다 나무꾼으로 남는다는 생각.



박해람
1968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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