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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신작시/조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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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순
S라인
이소라가 살짝 망설이다 웃어줄 때 S라인은 배가 고프네요
살구색 스팽클 드레스가 공복으로 잠들지 못해요
예쁘다, 맛있게 먹네 수영복 입은 이소라가 최면을 걸어오네요
오이, 깻잎, 두부가 기록된 칼로리 수첩은
살진 복부와 일자 허리 콤플렉스는 날려 버리게 해요
믿고 따르라는 이소라가 골반을 유연하게 흔들어 주네요
폭식과 구토로 머리가 핑 돌고 다리가 후들거리네요
살을 빼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쭉 뻗은 다리가 웃어주네요
나는 내 살들을 증오하는 다이어트 성공후기를 써야 하네요
흘러넘치는 철새의 오후
옹기종기 모여 자맥질하는 오리떼의 둥근 파문은
일상의 중력을 넘어서는가, 한 무리의 화목이 흐르고
흘러넘치니 어디 이만한 낙원 건설이 쉽다던가
천 원짜리 소모품이 길게 늘어져 있는 천변
소리를 내는 신호등, 뛰어 건너는 사람들
간선 버스와 모터사이클이 밀어붙이는 바쁜 생업을
평온한 물살이 빠른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한때 하늘을 날던 청둥오리가 아니었을까
오후의 나른함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한쪽 다리를 접어 머리는 깃에 파묻고
해바라기 하는 저 한가로움이라니
비유로 길들여진 사유가 돌멩이를 집어 들게 한다
해오라기 끼어든 한 떼의 히히낙낙이 흐르는 동안
휠체어를 탄 노인 마악 중력을 벗어나고 있다
날지 못하는 텃새 한 마리 무거운 시장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조영순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새들은 난간에 기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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