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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신작시/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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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16회 작성일 08-03-0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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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누대累代


인도 뭄바이 가서 파르시들의 鳥葬터 가까이 간 일 있다 아라비아 바다를 보려고 언덕에 올랐다가 저 쪽 울창한 숲 위로 새까만 새들 빙빙 돌며 낮게 나는 것 보았다

주관하는 이가 아기에게 음식을 먹이듯 새들을 불러 먼저 늑골 아래서 내장을 꺼내어 먹인다고 했다 새에게 실려 하늘로 간다고, 그래서 새를 죽이지 않는다고

담을 돌아 내려오다가 조장터 오르는 돌계단 아래 가만히 서 본 일 있다 하얀 천에 싸여서 누대에 걸쳐 오르는 길, 침묵의 탑이라고 했다 침묵이라고 했다

대머리수리가 삼천년을 누대에 걸쳐 혼을 실어 나른다고 했다 수리새가 대를 이어 날아가는 그 깜깜하고 먼 길을 거기 서서 생각했다

우리도 누대에 걸쳐 저 계단을 오르는 것 심부름 해 줄 까마귀도 독수리도 없이 제 날개 퍼득퍼득 저어서 가는 것 손목이 휘도록 내 팔 내가 젓는 것 그 깊고 아득한 길을 새에 기대어 가는 이들 있었다

건너편 공원 서쪽 형형색색의 사리들 사이 침묵이 소리를 삼키며 뭄바이 하늘 위로 느리게 날아가는 것 보았다





우화羽化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맨 처음 하는 일은
제가 나온 알집을 먹는 거라고

교대 앞 거북곱창집에 앉아 아들아이와
와글와글 소주잔 기울일 때 서로 덴 상처를
헤집고 뒤집어 구워낼 때 악악대며 비명 지르며

아이는 제 알집을 나는 내 알집을 아삭아삭 씹는 거라고
그 힘으로 고치 하나 짓는 거라고
배배 꼬여진 날개를 천지에 펴는 거라고

곱창에 기름 자글자글 돌고 숯불 희미해져 고장 난 회로같이
질척질척 자꾸 빠지는 발
밤새 너를 두드리던 말 애끓는 말 병신된 말
휘어진 말 서러운 말 녹슨 톱같이 날 안 드는 저녁

날개 아래 그늘 속 쇠심줄같이 질긴 어머니를 내가
다 먹은 거라고



김  윤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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