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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젊은시인 집중조명/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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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90회 작성일 08-07-09 17:37

본문

젊은시인 집중조명
김태형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현대시세계≫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로큰롤 헤븐,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가 있다.


구름 一家 외 7편


창가에 짓널어두었던 속옷을 걷으러 갔다

눈썹에 물든 노을은 간데없고 빨랫줄에 흰 구름만 달려 있다

대신 한 아름 구름을 들고 왔다

뒤엉킨 팔과 다리를 풀어 장롱에 개어 넣고 나니

그제야 바닥에 이맛머리 맑은 개울이 흐른다

잘 마른 구름이 밤마다 비를 내릴 줄은 몰랐다

가끔씩 구름이 발밑까지 내려왔다

새벽마다 오줌 싸는 아이가 몰래 새 구름을 갈아입는다

아침마다 햇빛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아이들

내 아름에도 벅찬 구름이 두 팔에 매달린다

구름이 이렇게 무거웠다니

젖은 구름을 바람에 내어다 말리는 동안

구름발치 흘러만 갔던 것들이 똑 똑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내 손바닥이 들마루쯤 내려앉던 햇살을 받아 젖어 있다








지난겨울 한쪽 어깨를 잃은 포도나무가 남은 한쪽 어깨로만 넝쿨을 뻗어냈다

나는 그게 안쓰러워 그중 가장 긴 줄기 하나를 다른 어깨에 걸쳐주었다

먹빛 모래구름들이 지평선을 데리고 와서 올여름 한철 오래 머물다 갔다

줄기를 더 뻗어내지 못한 채 말라붙은 포도넝쿨을 자르고 나니 귀가 드러났다

마른 손바닥을 거두어들이자 찬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길 떠나지 못한 지친 구름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귀밑에 매달려 있었다

그 위로 내려앉은 빈 하늘이 시린 귀를 가만히 덮어주었다





주술사와 차가운 돌에 관한 두 개의 노트


1.
왜가리 몇 마리 검은 갓깃을 머릿결 뒤로 빗어 넘기고
아침저녁으로 느릿느릿 오가는 길이 있다
호수가 건너다보이는 곳에 집을 얻어 들어
아는 이 하나 없이 몇 해를 눌러 살면서
그래도 바깥을 내다보는 일은 중요한 나의 일과였다
그 눈길 끝에 가끔씩 청회색 외투자락을 펄럭이며
새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보이곤 했다
어디를 그리 다녀오는지 하루는 그 눈길을 따라가는데
어디 마른갈이 물 댈 일도 없이
용도를 다한 저수지에 분주한 걸음들이 모여 있다
귀를 막고 팔을 높이 흔들며 물가를 도는 이들이 있다
다들 빈틈없이 자기를 중심으로 걷고 있다
자기 걸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빠르게 걷고 있다
진흙바닥에 내려앉은 돌덩이를 건져내려고 걸음을 멈추는 이는 없다
나는 그게 싫어서 멀찌감치 앉아만 있는데
한 손으로 들기에도 힘들었을 돌덩이들
누가 저 멀리 빙판 위에 던져놓았을까
굵은 돌들이 가만가만 한가운데 놓여 있다
나도 돌 하나를 꺼내 물가에 앉아서
밤새 올서리처럼 내렸다 사라진 새들의 발자국을 헤아려본다
그러고 보니 왜가리 한 마리가 시베리아 주술사처럼
바닥에 돌을 던져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듯 한참을 서 있다

2.
이제는 제 몸이 넘칠 때만 수문을 열어놓는 곳
아침저녁으로 새들이 제 발자국을 지우며 오가던 길 끝에
꽁꽁 얼어붙은 돌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마른 갈기슭을 지나왔는지 무릎이 까칠한 돌들이 놓여 있다
벽을 허물고 나온 누렇게 바랜 시멘트 벽돌 같다
누가 저만치 힘겹게 얼음 위에 던져놓았을까
좁은 길을 따라 담장을 세우고 그늘을 드리우던 것들
비바람과 괜한 발길질에 조금씩 금이 가서는
속으로만 속으로만 썩어들었던 게 분명하다
제 안에 허물어진 벽돌을 주어다
누군가 던져놓았을 게다
가라앉지도 않고 내굴려진 저것은
얼음장 위에 더욱 안쓰럽게 멈추어 있다
가직이 나가 서서 나도 벽돌 하나 허물어 던지려 했다
그늘을 한 조각 떼어내서는
이윽토록 들여다보려 했다 그런데 어딘지 좀 이상했다
돌이 아니었다 해질녘을 기다리던 새들이
어깨를 웅크려 앉아 있는 것이었다
좁은 하늘을 허물어 내려앉은 암갈색 물오리들
아무도 자기를 허물지 않았던 거다
그 누구도 제 상처를 드러내지 않았던 거다
먼 북방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새들만이
대신 그 자리를 끌어안고 있다 차디찬 바닥이 되어 있다





코쿤
―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여행자들을 위해 빈손으로 쓴 세 단락의 잠언

방직공장이 문을 닫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웬걸
다들 남모르게 슬금슬금 실을 짜러 간다
딱 제 몸이 들어갈 만큼만 방을 들이고 칸막이벽을 세운다
자리만 펼 수 있다면 그래도 어디든 바닥을 내어주는 곳
구석진 상가 위층이나 주택가 허름한 한쪽 귀퉁이에
학원가 골목 끝을 따라서
한 평 조금 넘는 허방들이 들어서 있다
견딜 수 있을 정도로만 내부가 허락되는 고치들의 방
끊임없이 해는 지고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잠업에 종사한다
고치를 지으러 제 몸에 들어앉아 첫잠을 자는 동안
맨몸에서 실을 뽑아내도 거미줄 하나 치지 못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기억하지 못할 잠언들이 툭 툭 튀어나온다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늘 작은 거울이 걸려 있다
십오 인치 낡은 창문을 떼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가끔씩 오딧물 까맣게 입가에 묻은
너른 뽕밭이 펼쳐져 있다
직사각형의 작은 방을 관장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뿐이다
빈 손바닥에 틀어쥔 더 작은 창문을 귀에 대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지만 않는다면
몰래 들어온 검정고양이를 쓰다듬지만 않는다면
이곳은 유일한 소리의 감옥일 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이 주어진다
제 안의 저 밑바닥부터 거품처럼 부글거리는 소리마저도
뽕잎을 스치는 바람결에 흘려보내면 된다

드물게도 검은 책을 이마에 붙인 채 봉인문자를 달달달 외우거나
또 어떤 이들은 머릿속에 빈손으로 수기를 쓰기도 하지만
허구한 날 석 잠이나 자는 동안
꿈속까지 들어온 원숭이들에게 책과 지도를 다 빼앗길 뿐
옆방에서 옆방으로 온갖 자질구레한 소리들
텅 빈 화면 속을 바글거리는 먼지 벌레들이 벽을 갉아대고
점점 소음의 은하계만 무한증식한다
성단을 횡단하는 동안 캡슐 속에 잠든 이들은 시간을 멈추어놓는다
더 큰 별의 감옥으로 이송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누런 짚 냄새 밴 막잠을 자고 지늙기 시작하면
머리가 허옇게 맑아진다고 한다 실실 헛웃음까지 흘리면서
밥통을 끌어안고 살던 입맛도 싹 사라져버린다고
빈손으로 투명한 시간을 한 가닥 뽑아내어 제 몸을 칭칭 감으면서





팩토리 엠


언제 가도 항상 문이 열려 있다 수퍼사이징 팩토리, 양상추 한 조각을 얹은 구 제곱미터의 열대우림이 유리상자 안에 잘 포장되어 있다 일회용 컵을 밀어넣기만 하면 노예들의 입 냄새가 배어 있는 신선한 검은 피가 쏟아져내린다 얼마를 더 내면 안데스 산맥의 고원 지대가 들어 있는 세트를 저렴하게 드실 수 있다고 그녀가 카운터 앞에서 나의 눈빛을 기다리고 있다 단지 거스름돈이 조금 줄었을 뿐, 세트를 들고 위층에 자리를 잡는다 감자칩은 지루한 시간을 대신 씹어 넘긴다 언제 먹어도 어디를 가도 변하지 않는 맛은 이곳의 미덕이다 어제나 그제도 내일 모레도 언제나 한결같다는 것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수퍼사이징 팩토리, 이곳의 그녀들도 수시로 바뀌기는 마찬가지지만 얼굴만 조금씩 다를 뿐 결국 동일한 형식의 일련번호가 찍혀 있다 다 먹고 남은 것들을 다시 들고 일어선다 의자를 정돈하고 분리수거함에 쓰레기를 버린다 나는 비로소 나를 증명한다 게다가 얼마나 효율적이기까지 한가 어느새 그녀가 이층까지 올라와 옆 테이블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그녀와 나는 역시 한 세트다 수퍼사이징 팩토리, 내가 맡은 일을 다 했으니 이제는 밖으로 나가도 된다 거리에는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나는 그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 컨베이어 상점에 갈 시간이다 한 자리에 잠시 앉아 있기만 해도 천 미터를 갈 수 있는 새로 나온 길을 보러 가야 한다 일하러 가야 한다





은귀고리에 갇힌 뱀과 함께


1.
검은 혓바닥이 귀밑에 날름거리는 통에 머릿속이 죄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온몸을 휘어 감고 귀밑까지 기어오른 뱀, 고름투성이 똬리를 튼 비릿한 뱀 한 마리

빈 둥지에 남은 깃털처럼 누런 이파리들이 밤새 흐느껴 매달린 후 헌옷 몇 자락 걸어두면 빈 바닥에 물이 넘치고 나뭇가지 한켠 뱀이 기어오른다는 빈집의 그늘이 밀려왔습니다

한동안 뱀이 들려주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내가 그 무엇도 아닌 것으로부터 태어났다는 사악한 말들을 내가 나로부터 지워지고 있다는 말들을

2.
귀는 자궁 속에 웅크린 태아의 모습과 닮았다지요 어디서 들러붙었는지는 몰라도 귀밑을 슬그머니 기어서 때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달이 차오르기를

새벽 푸른 공기를 타고 귀밑을 기어나가려던 뱀





차라리 이 흉물스런 한 마리 뱀을 바닥 모를 검은 흉곽 속에 가두어두기로 했습니다

왼쪽 귀밑에 은귀고리를 하나 달았습니다

때를 놓친 저놈의 뱀이 바짝 독이 오른 턱을 치켜들고 쉬르르 쉬르르 가슴을 조인 채 타는 제 혓바닥을 날름거릴 때

어느덧 투박한 풀피리 소리에 홀려 퉁퉁 부어오른 귀밑에 고름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은빛 귀고리 하나 제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빈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물고기


매끄러운 잿빛 숫돌에 연신 물을 끼얹는다
한 뼘 목판에 쭈그리고 앉아
스윽 슥 숫돌 위에 허연 날끝을 간다
마른 물고기들은 입에서 뱃속까지
허공을 물질한다
들끓는 유황불의 지옥에서
제 딱딱한 살을 풀어 비린내를 우려내지는 않지만
몇은 문지방 옆에 매달려
떨그렁 한 가닥 굳은 창자를 뱃속에 늘어뜨린 채
드나드는 이의 발걸음을 간섭한다
주렁주렁 아무 데고 매달려서는
그예 허공에다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움푹 파인 숫돌 위에 연신
반 줌 물을 끼얹는다
목구멍이며 죄다 썩어 들어가는 내장까지
구불구불 천길 저 질긴 생의 창자들을
세 치 혓바닥이 완강히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뭇결 허옇게 시퍼런 물살을 못내 기억하는지
간혹 갓 내어걸린 낯선 몸들이 뒤척인다
칼날을 스친 마른 비늘들이 한 장씩 떨어져나가고
그 자리에 진흙바닥을 숨긴 구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어깨인 듯 자꾸 허공이 결린다
그까짓 남은 가시 한 점 때문에 목이 멘다





얼음 경전


몇 만 년 동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빙하는 얼었다 녹았다 단단한 얼음의 몸, 제 푸른빛을 갖게 되었다 그걸 빼고 남은 것들은 다 빨아들이고 무거워져 그 힘으로 계곡과 암벽을 깎아내리고 무슨 위엄이라도 된다는 듯 솟아오른다 그러고도 모자라 덩치 큰 화석코끼리가 누런 덧니를 치켜든다

기껏해야 좀 더 깊이 떨어지려는 계곡일 뿐이지만 너무 깊어지다 보면 아찔하니 벼랑으로 우뚝 서 있게 될 것이다

바득바득 기어오르려고 손과 발을 내어 고드름으로 들러붙었겠지만 그렇다고 치솟으려는 게 아니다 귀 먹먹토록 나앉아 한때 그 아래 시퍼렇게 몸 패인 자리 가파른 벼랑 아래 얼음 물살을 머리로 이고 서서 짐짓 그 높이를 두려워했으리라

속살이 터져 나와 굳은 듯이 몇 날은 저리도 딱딱하니 얼음 몸뚱이로 부풀어 올랐다 살 터진 자리마다 새로 근육이 자라난다

내 핏속에 남아 있는 홍적세의 유전자가 뒤늦게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목젖 아래 검묽은 공기 덩어리로 눌러 두었던 것들이 있어 다시 굳은 눈덩이가 녹아내린다 그러고서야 그 높이까지 날아올랐던 한 마리 얼음 속의 새를 풀어놓으면서 다시 아득한 빙점을 넘어서면서




시인의 말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망초꽃이 길가에 피어 있고 작은 벌레들이 땅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여름의 하늘은 새파랗게 달아오르고 곳곳에서 물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하늘은 맑고 돌들은 매끄러웠지만 오랜 여행으로 나는 지쳐 있었다. 지난해에는 몇 개의 산을 넘으며 지냈다. 여름이 되자 무릎과 팔꿈치에서 지난겨울의 묵은 피로가 몰려와 뻑뻑하게 몸을 옭아맸다.
아무것도 건너지 못하고 아무것도 허물지 못한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니 내가 걷는 이 길이 더욱 무겁게만 느껴졌다. 갈 수만 있다면, 어디 낡은 처마 밑 고요한 그늘이 있다면…… 나는 생각했다. 모든 피로를 잊고서 한 시름을 놓아 주며 편안히 잠들고 싶었다.
나는 끊임없이 길을 걸어갔지만 그곳으로부터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길을 멈추면 그곳에 허물어져 작은 풀꽃처럼 길켠에 피어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나는 다시 길을 끌며 또 다른 길에 접어들었다. 낯선 사물들이 내 어둔 몸속을 들추며 어딘가로 나를 안내할 것만 같았다.
대체 무엇일까. 내 몸을 들썩이며 꿈틀거리는 이 소리들은. 대체 내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나는 잠속에서도 환하게 달빛을 받으며 얼굴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수런거리는 나뭇잎들이 내 몸을 바람 속에 옮겨놓고 있었다. 나는 바람 속에서 비로소 내 몸을 얻게 된 듯 천천히 흔들리며 깊이 잠들 수 있었다.
오늘은 어디로 갈 것인가. 나무둥치에 기댄 몸을 일으켜 세우고 이슬에 젖은 짐을 챙겨들었다. 길 위로 태양은 젖은 짐을 가볍게 말리며 언제나처럼 내 머리 위로 떠올랐다. 발걸음 소리는 터벅터벅 점점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길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숲과 나무와 수풀 속의 감추어진 시냇물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내 어깨만큼의 짐조차 벗어내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러자 내 귓가로 숲이 흔들리는 소리와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그 온갖 소리들을 들으려 했다. 여전히 숨이 차고 등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그것은 내 몸을 서툴게 이끌고 온 결과였다. 나는 숲을 바라보았다. 이 숲의 한가운데 맑은 호수가 하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것을 알려 주는 듯했다.
수풀을 지나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투명한 물빛이 반짝였다. 그곳에 호수는 있었다. 두 손을 얼음같이 차가운 호수에 담가 보았다. 손은 나무껍질처럼 거칠고 딱딱했다. 나는 소스라쳤다.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호수에 담근 두 손이 마치 물속에 썩은 나무토막같이 보였으므로 나는 얼른 두 손을 빼냈다.
썩은 나무토막같이 보이던 남루한 손이 햇빛을 반사해내며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뒤척이고 있었다. 한순간 햇빛 속으로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마구 튀어올랐다. 나는 호수로 들어갔다. 천천히 물결을 헤치며 호수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내 몸이 호수에 떠다니다 물밑에 가라앉는 나무토막같이 보일까 두려웠다. 점점 물살이 목과 턱밑으로 찰랑이며 흔들렸다. 나는 호수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몸을 흥건히 적시던 땀은 사라지고 은빛 물결이 내 몸을 감싸주었다.
물결이 귓가로 차오르면서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마저 사라지고 지상의 온갖 소리들이 일시에 내 몸속으로 빨려들어 오는 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물결은 조용히 내 몸을 흔들었다. 물속은 푸른 들판처럼 고요했다. 숨이 차오를 때 다리를 뻗어 물 위로 몸을 일으켰을 때, 나는 다른 세상을 본 듯했다. 머리카락은 물기에 젖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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