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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특집/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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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45회 작성일 08-03-0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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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의 지형 변화와 스펙터클의 진화
― 뮤지컬로 본 스펙터클의 유혹
유인경|연극평론가



한국연극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필자에게 주어진 논제는 ‘최근 연극 작품에서 스펙터클이 강화되는 이유’다. 이 주제는 최근 한국 연극계에 스펙터클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는다. 과연 스펙터클의 함의는 무엇인가? 이러한 변화가 ‘최근’에 강화되고 있는가? 그 내용과 양상은 어떠한가? 전제가 사실이라면, 왜 이러한 추세가 강화되는 것일까? 
이상의 내용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200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한국의 공연실태와 비평작업들을 검토하고, 변화 지점을 밝혀내서 그 요인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짧은 지면에서 그 많고 다양한 항목들을 논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선행연구도 부재하고 필자가 지닌 정보와 지식도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필자가 지난 몇 년간 관심 있게 지켜봐온 뮤지컬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 그러니까 이 글은 일정한 한계성을 내포한다. 다만, 현재 공연시장의 뮤지컬 획일화가 거부하기 힘든 대세라는 점, 스펙터클의 구현이 뮤지컬의 장르적 관습 중 하나라는 점에서 뮤지컬 중심의 논의는 각 논점을 풀어가는 데 효과적인 시각일 수도 있다. 이 글이 오늘날 연극의 주요한 특징으로 지적되는 스펙터클에 대한 관심을 진작시키고, 좀 더 광범위한 사회ㆍ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 현상을 사유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스펙터클이란 무엇인가?
스펙터클(spectacle)은 친숙한 용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시각 문화인 영화에서 이 말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장관, 흥미진진한 액션 등의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많은 수의 배우가 등장하는 대작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이 발전해 규모와 무관하게 시각적인 자극이나 표현, 특수효과의 발전으로 눈길을 끄는 경우에도 이 용어를 쓴다. 특수효과는 스펙터클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 관객의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볼거리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스펙터클이란 상당히 불분명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지각-소비하는 주체, 즉 관객에 따라 개념의 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일한 작품이라도 그것의 스펙터클성 정도는 연출과 당대의 미학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스펙터클이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스펙터클이라는 용어는 주로 시각적 경험의 영역에서 통용되었다. 원래 라틴어 ‘스펙타쿨럼’(spectaculum)에서 유래한 스펙터클은 ‘보이는 것(a thing seen)’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 시선에 제공되는 모든 것은 스펙터클이 될 수 있다. 적어도 한 사람의 관찰자가 현존하는 구경거리라면 스펙터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펙터클의 정의는 관객의 현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의례, 제의식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연극에서 스펙터클이란 용어는 가시적인 부분에 적용된다. 프랑스에서 이 말은 ‘연극적 재현’을 지칭해 온 역사를 지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에서 플롯을 ‘비극의 정수’로 꼽았고, 그 다음으로 성격, 사상, 대사를 꼽았다. 나머지 두 요소인 음악과 스펙터클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장식물’ 또는 ‘즐거운 액세서리’라고 규정되는데, 스펙터클은 ‘예술성이 희박하고 시詩의 예술과 관계가 적은’ 요소로 간주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의 6요소 가운데 포함시킨 음악과 스펙터클은 시청각적 효과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두 요소는 비문학적인 요소들이다. 서양 연극사에서 스펙터클은, 텍스트가 가지는 항구성과 비교하여 오랜 동안 경멸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반면에 전통적인 아시아의 관객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즐거운 액세서리’라고 부른 요소를 으뜸가는 요건으로 생각해 왔다. 그리고 동양전통연극에서 스펙터클과 음악은 서로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련을 가진 절대 불가결한 요소였다. 한국의 전통극이 서구 아리스토텔레스 연극 논리에 기초한 언어 중심, 플롯 중심의 텍스트가 아니라 광경이나 놀이 중심의 연극이라는 사실에서 그 점은 쉽게 확인된다. 
희곡이라는 텍스트는 스펙터클의 총체라는 더 광범위한 총체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러므로 총체적인 스펙터클로서의 연극은 청각적이며 시각적인 모든 표현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연극 스펙터클은 시각적이며 청각적인 언어들이 무대에서 동시에 사용되는 것을 요구한다. 그런 뜻에서도 연극의 참된 목적은 읽혀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보는 앞에서 무대 위에 상연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연극이 연극 본연의 사명에 일치하게 되는 것은, 연극이 스펙터클화 될 때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서양 연극이 발달하면서도, 스펙터클은 즐기는 데 적합한 특성 때문에 다소 경시되었다. 그러다 작품의 이해에 연출의 중요성이 결정적임을 자각하게 되면서 스펙터클은 그 위상을 되찾게 되었다. 실상 연출의 발전과 함께, 현대의 무대에서 ‘스펙터클성’은 활성화된 것이다. 배우의 신체언어, 무대장치, 의상, 조명, 대소도구 등이 조성하는 시각적 이미지와, 음악과 음향을 통한 청각적 이미지가 만드는 물질 언어적 이미지는 20세기 초부터 그 존재가치가 새롭게 부각된 요소들이다. 특히 동양연극에 뿌리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던 앙토냉 아르토에게 스펙터클은 공연의 핵심이 된다.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아르토의 영향 아래에 있는 현대연극에서는 시청각적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영상매체가 보편화된 20세기에는 무대에서 상영하는 영상에 의한 시각적 이미지가 새롭게 도입된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들이 무대에서 활용되면서 스펙터클적 특성은 한층 더 강조된다. 오늘날의 연극은 순수한 형식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연극에 유용한 모든 표현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오락물, 기계설비, 무대 조형물의 사용은 스펙터클을 풍요롭게 만든다. 스펙터클은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극장 객석이나 도시 공간까지 침투하고 있다. 
오늘날 공연에서 스펙터클이 기여하는 바는 크다. 스펙터클은 상당 부분 디자이너의 작업인데, 디자이너는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변화하는 공연문화의 지형
세계 연극은 전반적으로 대형화, 대중화되면서도 한편으로 작은 소극장에서 실험적인 연극을 선보이는 등 다양화되고 있다. 그 특징을 살펴보면, 전통 사실주의 혹은 변형 사실주의극에서 중심이 되어온 대사 대신, 이미지 중심의 시각적 스펙터클과 청각적 효과, 동작과 몸짓을 통한 시각적 재현의 연기 등이 두드러진다. 이런 경향은 근래에 내한한 해외 극단 초청공연, 외국 연출가를 초빙해서 제작한 공연, 국내 연출가와 제작진에 의한 번역극 공연에서 대부분 공통되는 현상이다. ‘텍스트 중심의 희곡 내용을 시각화하는 전통적인 연극형식에서 벗어나 배우의 몸과 공간, 소리, 음악, 춤, 조명, 영상의 결합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스펙터클 위주의 공연들’이 근래 소개되어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이것은 새로운 형식의 탐구와 실험, 과감한 무대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고, 사실주의 연극이 강세를 보였던 국내 연극계의 전통에 대한 반동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현대연극의 한 흐름을 창조한 연출가 로버트 윌슨이 연출한 '바다의 여인'(내한공연 ; 2000)은 ‘몽환적 무대 위에 펼쳐놓은 거대한 엑스레이 사진’이라는 평을 받았고, 세계적 극단이며 연출자인 태양극단의 므느슈킨이 내한해 보여준 '제방의 북소리'(2001)는 일본, 중국, 인도 전통극에서 기본형식을 가져오면서 각종 아시아의 전통음악, 동양화 기법을 덧입힌 총체극이었다. 독일 탈리아 극단의 '신곡'(토마스 판드루 연출, 2002)은 고전을 현재적인 해석과 정제된 연출로 형상화해 일대 충격을 주었다. 특히 무대에 물을 가득 채우고, 천상에서 지옥까지 양철을 활용한 육중한 배경의 상징적인 무대가 백미였다. 로베르 르빠주 연출의 '달의 저편'(2003)은 멀티미디어와 첨단 기계장치, 영상 이미지를 응용한 다중매체적 연극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매체를 공연에 통합하여 사용하는 경우와 별도로 인간의 신체가 펼치는 퍼포먼스를 공연의 핵심요소로 활용하는 경우가 현대 공연예술이 지향하는 두 가지 방향이다. 대형 천막 공연장에서 올린 ‘태양의 서커스’ '퀴담'(2007)은 후자를 대표하는 사례로,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서커스 무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대형 야외극에서 스펙터클적 특성은 돋보인다. 철골조 위에 캔버스를 설치하고 공중을 날며 그림을 그리는 프랑스의 '레시프'(2003), 불꽃ㆍ화약ㆍ석유 등의 다양한 특수효과와 30톤의 물벼락이 장관을 연출하는 독일의 '타이타닉'(2003) 등은 고난도의 신체표현과 대규모의 무대 활용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주었다. 이처럼 해외 극단의 초청공연들은 배우의 신체표현과 다양한 무대시각화를 주로 표현해서 주목을 끌었다. 
현재 세계 연극의 흐름을 반영하는 이런 흐름은 국내 연극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1990년대 한국 연극계가 탈중심과 해체로 흘러가면서 연극적인 스펙터클에 심취하면서, 내용보다는 배우의 신체와 무대의 다양한 시각화를 강조한 공연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양식의 전이나 퓨전, 하이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을 통해 고전이 무언극이나 퍼포먼스로 변형되기도 하고 영상예술과 한데 엉킨 공연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물론 최근 한국 연극에는 과도한 연극성을 거부하고 일상을 재발견하려는 경향이 존재하기도 한다. 공연양식상으로는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작품들이다. 이를테면, 박근형의 '청춘예찬',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서울 노트', 코너 맥퍼슨 원작의 '거기', 김명화의 '카페 신파', 김한길의 '임대아파트' 등의 무대에서 우리는 친근한 풍경과 존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동향을 보면, 우리 연극이, 언어가, 문법이 달라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극단 여행자는 '한여름밤의 꿈', '연緣 카르마', '환幻' 등을 통해 역동적인 움직임, 이미지로서의 연극언어를 보여주었고, 극단 노뜰은 '햄릿'과 '귀환'등을 통해 보편적 연극언어, 신체언어를 탐구해 나가고 있으며, 극단 뛰다는 '하륵 이야기', '커다란 책 속의 이야기가 고슬고슬'을 통해 인형 및 가면 등의 오브제 활용, 독특한 효과음 등으로 연극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으며, 극단 물리는 '죽도록 달린다' 등을 통해 배우의 단순하고 경쾌한 움직임이 특징인'활동 이미지극’을 선보였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음악도 오브제도 없이 빈 공간을 배우의 음성과 신체만으로 채워나가는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 연극의 대략적인 상황을 분류해 보면, 현대연극의 양식으로서는 대화ㆍ언어를 중요시하는 정통연극과 또 한 줄기로 실험적인 연극이 시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양식상 노래와 춤을 필요로 하는 뮤지컬이 주요 흐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예연감'의 기준 표를 보면, 1995년을 기점으로 하여 뮤지컬 편수가 대폭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01년부터 대규모 공연과 장기공연이 많아지면서 뮤지컬 공연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기폭제가 된 작품은 제작비 100억 원대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2001)이었다. 이후 대형 블록버스터급 공연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연예술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공연 시장은 매년 15%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50% 이상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태생에 따라 구분하자면, 수입 뮤지컬과 창작 뮤지컬로 나뉠 수 있다. 수입은 외국 제작진이 직접 공연하는 투어 뮤지컬과 판권을 사서 현지에서 제작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로 나뉜다. 시장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은 주역은 직수입 혹은 라이선스 형태로 소개된 해외 대형 뮤지컬들이다. 흔히들 ‘빅4’로 꼽는 캣츠,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2006), 이미 관객 50만 명을 돌파해 뮤지컬 대중화의 새 기폭제가 된 맘마미아(2004), ‘조승우 신드롬’에 이어 일본에서도 성공적으로 공연된 지킬 앤 하이드(2004), 볼거리가 많은 디즈니의 대형 뮤지컬 미녀와 야수(2005), 아이다(2005), 라이온 킹(2006), 전세계 1,000만 이상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2005)과 그 계보를 이은 십계(Les DIX)(2006), 로미오와 줄리엣(2007)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번역과 창작 뮤지컬의 공연 편수를 비교하면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창작 뮤지컬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완성도와 인지도가 높은 해외의 빅 히트 뮤지컬들이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으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어 한국은 마치 해외 뮤지컬의 전시장같이 느껴질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연극의 ‘제1둥지’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 극장가마저 뮤지컬이 날로 잠식해가고 있다. 이미 뮤지컬은 2007년 상반기에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 공연산업 매출 가운데 60%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은 말 그대로 뮤지컬의 ‘독주’였다. 

스펙터클의 향연, 뮤지컬
자극적이고 호화로운 볼거리를 담고 있는 중대형 뮤지컬에서 스펙터클의 강화는 더 쉽사리 발견된다. 과거 작품이라도 리바이벌된 최신 버전은 스펙터클한 무대효과를 강화한다. 관객들이 꼭 스펙터클만을 감상하기 위해 뮤지컬을 보려하지는 않겠지만, 스펙터클이 관객을 흡인하는 핵심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연극에 비해 무대장치나 특수효과에 들이는 비용이 많은 분야다. 그리고 음악을 제작해야 하고 안무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이 많이 든다. 당연히 관객들은 비싼 관람료를 내야하고, 그만큼 화려한 스펙터클과 음악을 바라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해외 직수입 뮤지컬을 통해 무대미술의 진수를 경험한 관객들은 더욱 과감한 스펙터클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국내 관객의 안목도 기대치도 한껏 높아졌다. 
국내 관객들이 스펙터클한 무대의 웅장함을 유감없이 감상한 것은 오페라의 유령부터라는 지적이 있다. 2001년에 라이선스 형태로 소개된 오페라의 유령은 팝 오페라 형식을 표방한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대사 없이 음악과 노래로만 구성된 작품이다. 대형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웅장한 무대 세트, 2막 첫 장면에 나오는 마스크 레이드의 의상 등은 화려한 조명이 덧입혀져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촛불들이 깜박이는 가운데 나룻배가 안개 속을 헤치고 오페라하우스의 지하 은신처로 향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브로드웨이 최다 공연 신기록을 세운 명성대로 2005년에 내한한 월드 투어 프로덕션 역시 그 해 최고 인기 공연에 뽑혔다.
‘뮤지컬 빅3’를 넘는 마지막 대작이라 불리는 미스 사이공은 완벽에 가까운 무대 메커니즘을 자랑한다. 베트남전을 상징하는 소총 부대, 거대한 호치민 동상, 방콕의 뒷골목 풍경, 서라운드 시스템을 이용한 음향효과 등 화려하고 사실적인 무대 재현을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물론 이 뮤지컬에서 하이라이트는 헬리콥터 탈출 장면이다. 경제적인 투어버전이었던 국내 공연에서 헬리콥터 장면은 3차원 입체영상을 사용해 실물 같은 양감을 주었다.   
줄리 테이머가 디자인하고 연출한 라이온 킹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비주얼’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각 캐릭터와 세트 디자인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전통극의 가면과 인형, 일본 전통극의 기술을 빌린 인형 연출로 동물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판타지 효과를 낸다. 가령, 배우 네 명이 다리가 되어 움직이는 코끼리, 죽마를 응용한 기린, 배우의 몸놀림과 절묘하게 달라붙은 치타 등 수많은 동물 캐릭터는 물론 풀, 나무 등 식물의 표현도 기발하다. 그 중에서도 들소 떼 질주 장면은 무대 메커니즘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대중예술인 뮤지컬도 얼마든지 예술적 수준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내 공연은 2006년 10월 세계 최대의 공연제작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일본 시키(四季) 대표 아사리 게이타가 21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뮤지컬 전용극장인 잠실 샤롯데 극장에서 올렸다. 이 때문에 뮤지컬계 논쟁의 중심에 섰던 라이온 킹은 1년간의 공연으로 국내 대형 뮤지컬로는 최장기 연속 공연 기록을 세웠다.
1995년 초연된 이후 ‘국민 뮤지컬’로 불리는 에이콤의 '명성황후'는 초대형 뮤지컬답게 스펙터클의 묘미를 살렸다. 일단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이 외국 공연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또 공중전투 장면이나 조립식 턴테이블로 설계된 이중회전 무대, 경사무대 등의 기술력이 갈채를 받았다. 수많은 장면들을 속도감 있게 전환시키는 기술의 완벽성도 뛰어나다. 거기에 극찬을 받은 조명은 무대장치와 어우러져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극본과 음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스펙터클로 충만한 무대연출은 결함마저 상쇄시킬만하다.
기존의 통념을 깨고 단순한 무대 세트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뮤지컬 형태도 선보였다. 시카고(2000)의 경우 무대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해도 괜찮았던 뮤지컬로 강렬한 조명, 상징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안무로 정평이 났지만, LG아트센터에서 장기공연한 아이다는 단순한 무대 디자인과 환상적인 색감의 조명효과를 활용하여 또 다른 스타일을 경험하게 했다. 한국공연은 무대장치는 물론 배우들 의상까지 통째로 현지에서 공수해와 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비롯해서 프랑스의 뮤지컬들은 영미 뮤지컬과 다른 특징을 지녔으나, 이것이 오히려 국내 관객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프랑스 뮤지컬은 가수와 무용수가 철저히 분리되고, 관념적 내용이 많다. 대부분 극적인 무대 전환은 없지만 단순하면서도 웅장한 구조물, 뛰어난 무대 조명 기술은 관객의 기대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안무는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브레이크 댄스 등이 접목되어 자유롭고 독창적인 분위기를 창출해낸다. 현대적인 무대와 부드러운 샹송에 프렌치 팝을 가미한 노래들은 팬들을 열광케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대로 국내에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RUG, 캐머론 매킨토시, 월트 디즈니 등 세계 뮤지컬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빅 3’의 초대형 뮤지컬들이 속속 공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뮤지컬은 포스트 웨버-메킨토시 시대의 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며, 국내 창작 뮤지컬 제작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브로드웨이 흥행작 프로듀서스,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 프랑스 뮤지컬 십계 등 여러 대형 뮤지컬이 흥행에서 실패를 맛보았지만, 대형 수입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이 공연시장에서 흥행몰이를 견인하고 있다. 공연 비수기로 여겨졌던 1월에도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LG아트센터, 동숭아트센터, 연강홀, 충무아트홀, 백암아트홀 등 중대형 극장에서 모두 뮤지컬을 상연한다. 대형 수입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창작뮤지컬의 입지가 더욱 줄어든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렇듯 외국 뮤지컬 홍수 속에서 창작 뮤지컬이 살아남으려면 대형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지난해 이爾, 화성에서 꿈꾸다, 황진이, 바람의 나라등이라든가, 올해 한류열풍 내지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대장금, 댄싱 섀도우, 해어화, 공길戰 등은 웬만한 상업영화에 버금가는 제작비와 규모의 창작 뮤지컬들이다. 신기한 사실은, 명성황후의 바통을 이으려는 이러한 뮤지컬들이 주로 역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킬러 콘텐츠’가 돼주기를 기대했던 대형 창작 뮤지컬마저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스펙터클을 전시하는 데 그쳐 여전히 숙제와 교훈을 남겼다. 그런 한편, 해가 갈수록 고급화․대형화․대중화되는 뮤지컬 시장을 반영하듯, 서울시가 ‘고궁 뮤지컬 상설공연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자금성이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등에서 초대형 오페라가 상연된 전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그래서 올해 화성에서 꿈꾸다와 공길전이 경희궁 야외무대에서 공연돼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뮤지컬이 양적인 성장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올해 대형 창작 뮤지컬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동시에 소극장 뮤지컬도 활성화됐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문제는 중대형 창작 뮤지컬의 경우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결함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화, 산업화하고 있는 한국 뮤지컬계가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하고 최고의 제작진이 전력을 기울여 만든다는 점에서 대형 창작 공연은 현 단계 한국 뮤지컬의 수준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다시 말해, 중대형 창작 뮤지컬의 부진은 한국 뮤지컬계가 누리고 있는 호황의 명암을 그대로 집약해서 보여준다.
반면 소극장 뮤지컬은 양적⋅질적으로 분명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지하철 1호선, 사랑은 비를 타고,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의 작품들은 뮤지컬 매니아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 작품들은 드라마가 강하고 배우 앙상블 중심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소극장에서는 무대세트를 설치할 수도 없고, 역동적인 동선과 웅장한 스펙터클을 연출하기에도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들은 작은 무대에서 가능한 무대표현 방법을 최대로 활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흔히 뮤지컬은 스펙터클이라는 특성 때문에 대극장 또는 중극장 위주의 공연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극장 공연이 초대형 스펙터클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소극장 뮤지컬은 탄탄한 극본, 연극성에 대한 치밀한 계산, 배우와 관객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공연의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경향은 서양과 같은 대형 스케일의 제작이 쉽지 않은 국내 공연계의 여건을 고려해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대로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국의 공연문화 지형은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다. 

연극에서 스펙터클이 강화되는 요인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최근 연극에서 스펙터클이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사회 문화적인 이유와 예술적인 이유를 각각 거론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무대 밖의 변화와 무대 자체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스펙터클 사회, 디지털 문화의 출현
일찍이 프랑스의 상황주의자(situationist)들은 기호와 이미지가 강조되는 사회를 ‘스펙터클 사회’라고 불렀다. 대표적 상황주의자인 기 드보르에 따르면, 스펙터클이 ‘현대적 생산조건들이 지배하는 모든 사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현대의 ‘삶 전체’가 ‘스펙터클의 거대한 축적물’에 다름 아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우리시대의 문화를 ‘스펙터클의 문화’로 규정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스펙터클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시선에 제공되는 모든 것을 스펙터클’로 간주한다면, 스펙터클이 쏟아 놓는 이미지들은 현대인을 가두는 거대한 감옥과 같기 때문이다. 
스펙터클은 이제 대중문화의 ‘핫 웨이브’다. 현대 사회에서 스펙터클은 자본과 최첨단의 기술력에 의해서 실현된다. 실제로 21세기는 명실상부한 영상의 시대다. 자연히 현대사회에서 시각적인 경험이란 너무나 다양하다. 커뮤니케이션 양식으로서의 영상은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해오고 있다. 동영상은 인터넷과 휴대폰 모바일 같은 통신매체로 확산되는 중이다. 현대 문명의 키워드로 등장한 UCC에 의해 미디어산업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과 빠르고 편하게 정보와 오락을 얻으려는 사용자의 이해가 맞물리며 디지털 매체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빌렘 플루서는 전자매체의 발달과 함께 제2차 이미지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2차 이미지 세대의 특성은 첫 번째 문자적 사유가 아닌 이미지 사유를 한다는 점이다. 독서하는 시간보다 TV를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고 체계가 변한 것이다. 특히 미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현대인들은 시청각적 이미지의 복합적이고도 모호하며, 감각적으로도 직접적인 충격을 선호한다. 한편 이미지로 사유하면 시간 면에서는 엄청난 속도가 생겨 많은 내용을 한 번에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두 번째 특성인 비선형적 내러티브 사고가 발생한다. 이는 여러 개의 상황을 동시에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세 번째 특성은 개인중심의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쌍방향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보다는 스스로 참여하는 문화를 선호한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 문화의 탄생이다.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는 기존의 획일적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서 벗어나 점점 소수집단을 위한 특수한 내용물의 생산과 소비라는 모습을 띤다. 
이러한 현대사회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이들의 이미지 소비방식은 현대연극의 변화양상과 직결될 것이다. 현대연극은 문자언어보다 시각적 이미지를 중요시하고, 퍼포먼스 혹은 다른 예술장르의 요소들을 차용, 혼종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면서 그 지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것은 기술매체의 발전으로 영상 제작이 가능해졌고, 영상문화의 영향으로 시각적 이미지의 선호가 커졌으며, 장르의 혼합이라는 현대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매체시대로 넘어오면서 스토리텔링 방식도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극은 사건 및 심리의 논리적 인과관계로부터 벗어난 스펙터클을 강조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연극계는 뮤지컬이 중심이 될 것이다. 연극평론가 김윤철의 말처럼 이는 혼종과 다원성, 대중성, 감성주의를 상위가치로 자리매김하는 이 시대의 정신과 무관할 수 없다. 시청각적인 자극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도 실제로 눈앞에 만들어지고 보이는 판타지 경험이 관객을 뮤지컬로 이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채로운 표현 방법을 요구하는 세대적 특성은 뮤지컬 흥행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즉 뮤지컬은 다양한 장르에서 차용해 온 공연 재료와 배우의 신체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열렬한 호응을 얻는 게 아닐까. 특히 뮤지컬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는 손쉬운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하는데, 뮤지컬은 총체적인 감정적 접근을 통하여 메시지의 전달이나 기타 커뮤니케이션의 도달이 순간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므로 메시지보다 이미지, 문자보다 동영상을 선호하는 디지털 세대와 소통하기에 적합한 장르가 뮤지컬이다. 이것이 사회적인 관점에서 찾을 수 있는 스펙터클한 무대, 뮤지컬의 매력이다. 

2) 경제성장과 환경 조성이라는 조건
1990년대 접어들어서 경제적 수준 및 사회적, 기술적, 문화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문화 욕구가 증대되었다. 그리고 경제성장과 대중문화의 발전에 힘입어 뮤지컬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특히 주 5일제의 정착과 경제 수준의 향상, 그리고 현실을 중시하는 인식의 변화 등은 공연 시장의 관객들을 늘릴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현재 국내에서 안정적인 문화산업으로 인정받는 영화에 이어 뮤지컬은 유망한 문화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대형 뮤지컬에 관객이 몰리는 현상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뮤지컬 열기가 뜨거운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뮤지컬은 경제 수준이 일정 수준이상 올라오지 않으면 고객이 들지 않는다는 속성이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되어야 진정한 뮤지컬 애호가층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액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소득 수준에 도달해야 하고, 라이브 공연을 뒷받침할 만큼 대도시의 문화 소비층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지컬은 일부 선진국의 대도시에서 활성화돼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을 중심으로 공연이 열리고 있다. 한국도 과거에는 브로드웨이에서나 관람할 수 있던 대작 뮤지컬을 서울 한복판에서 상연하게 되었다. 
가장 비싼 티켓이 가장 빨리 판매되는 현상은 우리 문화 속 명품 선호 취향과도 연결된다. 영화가 저렴하고 일상적인 문화생활인데 비해 뮤지컬은 비교적 고급 문화상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명품을 선호하는 관객들은 비싼 티켓가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검증받은 대형 뮤지컬을 특별히 선호한다. 장대한 무대 스펙터클을 보여준 '퀴담'은 블루오션을 개척해 낸 사례로 집중 소개되는가 하면, ‘선물하기 좋은 공연’으로 인식되면서 대기업에서 상당수의 단체구매 티켓을 구입하기도 했다. 

3) 대극장 시설과 공연예술축제의 증가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시장도 성장한다. 즉 스펙터클 공연을 올릴 수 있으려면 설비와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스펙터클 극장’이 존재해야 한다. 서울의 대표적 공연장으로 꼽히는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LG 아트센터, 한전아트센터 등은 현재 뮤지컬의 공연 일수를 일제히 늘렸다. 최근에 대기업이 지은 두산아트센터와 샤롯데 극장은 아예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설계되어 장점이 많다. 구립 문화회관인 충무아트홀은 뮤지컬 중심의 공연공간으로 차별화한 덕분에 도심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뮤지컬계는 오는 2010년까지 서울 한남동, 신도림동 등에 5개 이상의 대규모 뮤지컬 전용극장을 보유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지자체 문화예술회관 건설 붐의 영향으로 의정부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안산, 고양, 성남, 분당, 일산 등 서울 외곽 위성도시들에도 시설 좋은 대극장과 중극장이 탄생했다. 이 극장들은 극장 운영을 감안해 외국의 유수한 공연단체를 초청하거나 기존 흥행작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활발한 지방 공연예술 축제는 어떠한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과천 한마당 축제’, ‘양평세계야외공연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지방 곳곳에서 매년 세계 각국의 유수한 극단들을 초청하고 있으며, 해마다 스펙터클한 야외극과 뮤지컬 공연들이 상연된다. 그리고 그 양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4) 스펙터클의 진화
현대연극에서는 극작가보다는 연출가의 비중이 강화되고, 작품은 공동 창작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연극이 대사를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전달하는 데 치중한 데 비해 현대연극은 점차 퍼포먼스화 하는 경향을 띤다. 이와 함께 새로운 미디어 테크닉과 특수효과를 공연에 끌어들임으로써 시청각적 이미지가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연극계에 새로운 조류가 나타났는데, 이미지연극, 댄스 씨어터, 스펙터클연극, 미디어연극 등의 무대가 각기 독자적인 혹은 서로 혼합된 형태로 등장한 것이다. 
한편, 거대한 자본 투입은 기업형 공연 제작을 빠르게 확산시켰고 갈수록 스펙터클화 현상을 증폭시켰다. 엄청난 자본을 투여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진화를 보면 눈부실 정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스펙터클은 본질상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다. 과거 관객에게 최고의 호소력을 발휘하던 시각적 스펙터클은 무대장치 그 자체였다. 가령, 지난 19세기 중에 많은 연극들이 움직임과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무대 뒤편에 천을 펼쳐놓고 무대의 롤러 위에서 실제 말들을 달리게 하여 경마 장면을 표현했다. 1997년에 초연된 라이온 킹에서도 들소 떼의 질주 장면은 ‘입이 떡 벌어지는’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이는 주로 상징적인 시각효과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실적 장관 연출과는 구별된다. 즉 들소 떼의 이동은 원근법을 바탕으로 한 프레임과 회전통을 이용하고, 입체음향효과로 돌진하는 소리를 나타내며, 입체적인 계곡과 크기를 달리한 들소형태로 원근감을 살린다. 기실 '라이온 킹'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새롭거나 놀라운 것이 아니다. 혁신적이고 놀라운 것은 그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에 있다. 이처럼 디즈니 뮤지컬은 볼거리의 클라이맥스로 관객을 사로잡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보다 어떻게 하면 이전보다 흥미롭고 이색적인 볼거리를 만들까에 치중한다. 전세계를 정복한 디즈니 뮤지컬은 대본과 음악이 반 이상 완성되어 있는데도 1천만 달러가 넘게 들어가는 제작비가 투입된다. 그것은 디즈니가 기술적인 부문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는 뜻이다. 
물론 스펙터클의 전시장 같은 뮤지컬 제작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1980년대까지 뮤지컬은 흥행에 성공하기만 하면 무대장치가 압도해도 괜찮았다. 캐츠,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등이 그런 유의 작품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무대화가 공연을 지배하는 것이 미학적으로 더 우수한 것으로 여겨졌다. 라이온 킹, 아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더 이상 탤런트에 투자하지 않고 세트에 투자한다. 고도의 시각적 효과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 개념의 적용에 따라, 이 같은 대형 뮤지컬들은 현재 연출 방식 전체가 그대로 복제된 채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5) 관객 취향의 변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이 누리는 인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해외 대형 뮤지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국내 창작 뮤지컬도 대형화되는 추세다. 한국의 관객들이 왜 스펙터클한 연극에 매료되는가? 좁혀 말해 스펙터클한 대작 뮤지컬이 왜 선호되는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한 것을 반기지 않고,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어떤 독특한 것을 원한다.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자들인 20ㆍ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영상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그 영상 또한 속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정적인 상태라든가 혹은 진행속도가 느린 정통극은 그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뮤지컬의 활황 원인은,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지닌 매력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뮤지컬은 본디 지적인 가치보다 스펙터클로 높게 평가받는 대중적, 상업적 장르이다. 다른 무대공연들과 달리 쉽게 이해되고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이다. 또 관객이 뮤지컬에 몰리는 것은 엄숙한 것을 기피하고 비주얼하고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이 시대의 정서와 맞물린다. 속도가 빨라진 시대다. 공연계도 비주얼과 속도감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뮤지컬은 속도감과 비주얼을 갖춘 대표적인 장르고, 대중들은 여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예술분야가 혼합되어 있는 뮤지컬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도가니라고 불릴 만하다. 
실상 빼어난 대형 뮤지컬은 세련된 무대세트, 입체적인 조명과 음향, 감미로운 음악, 앙상블의 현란한 안무와 의상, 다양한 특수효과를 동원해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로맨스, 판타지, 스타 시스템 등의 흥행코드가 관객을 끄는 위력을 발휘한다. 물론 규모가 웅장하고 많은 제작비가 소요됐다고 하더라도 완성도가 조화롭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객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연기, 음악, 안무 등 제 구성 요소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짜임새나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 선호된다. 
감각적인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대중을 연극 공연장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자극으로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어렵기 때문에 보다 진보된 기술과 기교로 관객을 자극해야 한다. 최첨단 무대장치와 온갖 형식이 뒤섞인 공연형태가 양산되는 것도 이 때문일 터이다. 영상매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현대연극은 발전된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확실히 다매체 시대의 연극은 스펙터클이라는 개념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도달했다.



유인경
문학박사. 논문 「한국 뮤지컬의 형성과 전개 연구」, 「극단 현대극장 ‘뮤직드라마’ 빠담 빠담 빠담의 대중성 획득과 그 의미」 외 다수. 저서 한국공연예술의 조망 등.  고려대 인문대학 초빙전임강사.
추천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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