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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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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99회 작성일 08-03-0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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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Edges of illusion
― part Ⅴ


보라색의 파도가 덮쳐 그녀의 치마가 얼룩졌다 발기한 안경들이 치마 아래에서 키득거렸다 저들의 웃음에 그녀의 치마가 더러워지면 안 되는데…… 돌덩이로 안경들을 깨뜨려버리자 그들의 독백이 들려왔다 눈물이 말라버렸어 술을 마시면 눈물이 나오려나 듣기 싫어 안경들이 모래가 될 때까지 내리쳤다 포도 맛이 났다 굴 냄새였는지도 모른다 해변 위로 수많은 피리들이 돋아난다

 

 


Edges of illusion
― part Ⅵ


나의 任意代理人과 法定代理人이 싸우는 동안 나는 머리카락을 삼키고 뱃속에서 계속 자라는 머리카락 때문에 비누 거품을 먹다가 장거리 전화로 모자를 부르고 그 머리카락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샴푸를 먹지 않은 것은 잘못되었으니 다시 처음부터 절차를 밟지 않으면 모자를 쓸 수 없다는 얘기뿐이고 나는 평소 머리를 비누로 감는다고 얘기해도 도무지 믿어주지를 않아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머리털 난 애를 배고야 말았다



정재학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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