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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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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혁
다리 위의 사람들
매일 저녁이면 서성대는 사람들
다리 위를 사뿐 건너네
수상한 기척도 없이
집 혹은 길로 향하는 걸음들
그 틈에서 넌 난간에 기대 말했지
몇 푼 보증금 때문에 죽고 싶다고,
그게 단순히 허기이거나
가난이란 말이
아니라는 걸 짐작했네
때마침 다리를 가로 건너는
거미집 씨줄이
콧잔등을 스치네
다리 위에 사람들이 있어
유령처럼 바람을 타고 있네
깜박이며 희미한 윤곽
깊이, 그림자 물결 위에 새겨지지
다리 중간쯤에, 뜻 없이
매어둔 개가 짖으면,
상판까지 불어난 물 위에
제 그림자를 뜻 없이
비춰보는 얼굴들,
깊은 강은 놓치지 않고
흔들어대지
다리 위에 사람들이 있네
그림자만, 저녁 해거름
물결 위로 목 길게 늘인
탁한 가을
다리 위에 사람들이 있다
이젠 군내가 나네
그림자만 남고
몸만 슬쩍 건넌
다리 위
봄에, 차가 다니는 산길
그러니까 보자,
모두 나물을 씹고 있는 거다.
봄이라는 거지
씁쓸함도 추억이라는 거고
간음도 양념인 거지
다만 비빔밥은 간이 맞지 않는다
쌍
생의 시간
갈라진 혓바닥으로
입맛 다시며
다시 또아리 틀러 내려가는
春眠의 한낮
가끔 나는
길바닥 위에 인화되곤 한다*
꾸역 넘기는
생의 한술
싱겁거나 쓸쓸하거나
*Roadkill : 시간은 잔인한 운명에 치어 조각나기도 한다.
우혁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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