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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윤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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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87회 작성일 08-03-01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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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애
관음증


외눈박이 붉은 눈알 중천에 박아 놓았더군요
일요일의 꼬리를 물고 월요일의 정수리를 드나들며
구름 조리개 여닫으며 지상을 훔쳐보고 있잖아요
오래 전 그대를 능멸한 죄로
시퍼런 울음 잔에 받아 햇빛의 바다에 뿌리고
한 톨 그리움의 씨앗 되어 지상으로 쫓겨났지요
뜨겁게 달군 비수 되어 늑골에 박힌 그대의 하얀 웃음
형체 없는 입술로 햇빛 한 줌 뿌린
얇게 저민 열등과 떫은 수치를 꼭꼭 씹으며
기어코 붉은 꽃으로 피어났어요
그대, 지나가는 바람의 눈으로 슬쩍,
시커먼 먹구름이 수상해 번쩍이는 눈으로 찰칵,
그래도 불안해 붉은 향기의 머리채를 확 잡아
외눈박이 눈알 속으로 끌어당기는군요
그리움의 뿌리를 두고서야 떠날 수 있는 이승
클로즈업된 소리 없는 울음 구겨
흑백 인화지 같은 깊은 밤에 던져버렸어요
그대, 보고 있죠?
9월의 음화 속에 박힌 사루비아 붉은 울음을





따뜻한 미궁

캄캄한 암흑 속 무리지어 웅크린 뱀을 보라

꿈틀꿈틀 일렁이는 침묵의 음모로
칭칭 휘감아 오르며 풀어질 줄 모르는 놈들
이번에 무언가를 꽁꽁 붙들어야 한다
비린 살냄새를 바람의 물로 씻으며
성기도록 고요한 수풀 사이로 길을 내느라
쉬-잇 쉬-잇, 바람의 혀가 널름거린다
이글거리는 불에서, 수상한 냄새를 맡았던가
불구경하던 눈조차 활, 활 타올랐다
사방으로 마구 튀는 성난 불똥
시커먼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려고
발마저 비늘 속으로 감춘 채
메케한 연기 속을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온몸을 발 삼아 앞으로 달린다
풀잎의 아우성은 뒤돌아 볼 줄 몰랐다
아가리 속에 감추어 둔 시퍼런 독설로
허튼 소리의 그림자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어둠 사이로 숨 고르는 투명한 채찍에
초절정을 향해 내리 꽂는 독 오른 저 대가리
휘-익, 말려들어 부르르 몸서리치는
저 무거운 정적이 사라질 때까지
그놈은 눈꺼풀조차 꿈적이지 않으리라
이제 익명의 터럭조차 남기지 않고
따뜻한 미궁 속으로 이내 사라지리라


윤영애
서울 출생. 2005년 ≪문예연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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