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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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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43회 작성일 08-03-0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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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붉은 영혼을 마시다


마른 장미 꽃봉오리 하나
커피 잔 뜨거운 물 위에 띄운다

(괜찮아, 일어나봐)
(괜찮아, 일어나봐)

깨어나지 않는 너를 향해
중얼거려 보지만
이미 오래 전 햇빛의 기억을
잊은 듯 누워있다

나는 너를 찾으려 수증기 속으로 들어간다
너의 체취를 더듬으며 심호흡을 해본다
아주 천천히 너는 깨어나고 우리는 한 몸이 된다
가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다만 뜨거웠던 한 시절이 다시 후끈
내 안에서 피어오른다.

가만히 너를 들여다본다
중심을 바로 잡으니 더욱 아름답다
어찌 됐든, 우리는 인연이고
네가 토해낸 붉은 영혼을 마시며
나도 너를 닮아간다





유리벽 안에서

속이 환히 비치는 유리벽 안에서 나는

베란다 쪽을 바라본다
저만치 아래 그가 보인다
작은 분수 안에 두 발을 담근 채 쭈그리고 앉아
아이비 잎에 얼굴을 반쯤 가린 그가.

소철이 그의 머리를 찌르고 있다

(그를 편한 자리에 있게 하고 싶어)

나는 오른쪽으로 옮겨 앉는다
늘어진 소철잎이 그의 얼굴을 찌른다

왼쪽으로 앉는다
그가 목 밑까지 관음죽으로 덮인다

조금 뒤로 물러 앉는다
뒤엉킨 화초의 줄기와 잎들이
그를 몽땅 가린다

앞쪽으로 바짝 다가 앉아본다
....................
....................

나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곳에서
그와 딱 마주친다

그는 여전히
불편한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서영
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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