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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구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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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34회 작성일 08-03-0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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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회남
9월 22일 15시


‘세상 구경도 못하고 하마터면 잘릴 뻔 했어
하늘이 직선 길을 두고 구두코만 보며 방죽 진창길을 걸어 올 때
졸이던 간의 주름이 잘 펴지지가 않았어’

빗자루는 스물두 해 살던 집 마당을 마지막으로 쓸었고
님이 밟고 오실 측백나무 울울창창한 골목길도 쓸었고
구부러진 회의의 길도 흙이 패이도록 쓸었다

희는 이불 호청이 하얗게 널린 동산 묘지 곁에서
들국화와 코스모스를 꺾어
길촌교회 교탁 위의 화병에 꽂았다

15시 式은 가축적인 분위기로 43호 동네거나 군의 축제였다
처음 붙여 본 거추장스럽던 눈썹을 날리며 택시를 타고 김포대로를 달릴 때 개구쟁이 동창들은 화병을 넘어뜨렸고 코스모스 색색으로 사열해 섰다

‘뱃속의 태아는 졸이던 심장을 펴고
불안과 공포의 숨을 확 토해 산마다 물들였고
기지개를 펴며 웅크렸던 허리도 일으키며 잠에서 깨었다’





팔팔한 날 아침

잎이 나오지 않는 호두나무 곁을 지나는데 핸드폰이 사정한다
한 잔 술에 취할 때마다 안부를 묻던 순한 양이 갔다
달려간 신촌세브란스 병원 영안실
그의 다리가 없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상체만 네모 안에 갇힌 채 내미는 따뜻한 손이 없다
팔월 팔일의 일요일 아침, 팔팔해야 할 순백의 양
홧김에 마신 주께서 그를 앗아갔다
평창에 지었던 펜션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인데
곁에서 보던 연한 딸 소용돌이치던 노란별이 되었다


구회남
2006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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