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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장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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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영
두 개의 방
소유되지 않는 방으로 내려간다 들어찬 침대의 배경이 창백하다
p.s. 낮은 포복으로 기어오던 소식이 기어이 발각된다. 베어 문 책 사이에서 교도소 간 엄마가 무너져 내린다. 일체의 이야기가 중단된다.
세상은 따로 논다. 별 없는 클럽에는 가지 않는다. 두 개의 기둥, 두 개의 방에 동시에 든다. 언 가슴에 만족하는 시린 손가락으로, 치마를 바꿔 입고 서로를 더듬는다. 어디로 갈까, 운다, 그제야 부활하는, 손바닥 하늘의 시간. 입 내밀며 파고드는 기둥을, 시트에 안긴 또 하나의 기둥이 시샘하는, 소란한 밤, 얕은 잠 안에서 젊어진 엄마가 보챈다. 영원히 멈추는 구름.
거꾸로 튀긴 날개를 줄 테니 이제 그만 지하를 양보하시죠. 철창 너머로 흐르는 거품. 좌우를 바꿔달고 빳빳해진 허벅지가 네 귀퉁이 침대 다리로 변한다. 기둥의 다리는 두 개, 결말을 기어이 확인하고서야 걸음을 떼는, 엄마를 때려잡고, 거대한 침대에 매달린다. 생뚱맞게 올드맨을 부르는. 허리를 감싸는 온기. 두 개의 비명.
멍의 강요
부은 손등을 바라보는 저녁. 도망도 잊고. 터틀넥 입은 사람들의 곧은 목을 본다. 욕조에는 물이 새는 변기가 여러 개. 무거운 머리를 버리기에 적합하다. 내가 사정없이 무거워지는 동안 너는 무엇을 사정했나. 이별 통보는 의도에 이르지 못하고. 제자리를 좇아 기어코 머리를 쪼갤 때. 정수리를 가리던 너의 노출이 반갑다.
멍만큼 따스한 게 또 있을까. 구두를 벗으면 금세 찾아오는 반듯한 아내들. 부적절한 하품처럼. 쓸모없는 배변을 반복하고도 너에게 이르지 못한다. 오직 소모하는 행위가 견디게 해주는 저녁. 짙은 키스마크는 내가 어떤 년인지 알려준다고 했다. 육체를 사랑하는 것의 성실함을 배우고 투명한 누드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간직하고 싶은 멍은 낫고 싶지 않은 병의 치료제이다.
장자영
2006년 ≪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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