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27호 신작시/홍순창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22회 작성일 08-03-01 02:31

본문

홍순창
가로수


꽂혀 있는 여자들 수많은 차를 보낸다. 낚시꾼인 양 휘이휘이 팔을 저으며 이파리 찰랑이지만 고작 시내버스처럼 복잡한 이력서를 구겨진 양복 주머니에 간직한 남자들뿐이다. 그래도 그 정도 사연이 있으니 덩지 크고 천정도 높은 시내버스 사내라도 되지 않았을까?
짧은 시간 그들의 신비한 연애는 우회전으로 끝난다.
자정이 지나도 꿈은 멈추지 않고, 조금의 바람에도 가지는 다시 흔들린다. 출처는 모호하지만 흔들어대는 그들에 의해 서서히 자라나는 것이다. 숨겨진 뜻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한 밤중 시도 때도 없이 어깨 위에 주저앉는 별들이나 부르르 털어내며 별일 없는 마을을 지키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책 따위나 되려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그녀의 꿈은 어쩌면 바짝 마른 판자때기가 되어 신란한 남탕 사우나의 벽이나 의자가 되는 것. 그렇게 되리라.



사거리의 오만한 인생

사거리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자동차들은 지루하다. 그러나 한 거리를 지나면 또 다시 신호등이다. 맞은편에서 몇 명의 여자아이들이 지나갔다. 악수를 하기도 하고 간혹 젖을 주무르기도 했다. 틀니처럼 가지런한 시간들이 엉금엉금 지나가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우연한 사고에도 애~앵~ 도로에 선을 그려 넣는 전문인부들이 급히 달려온다. 일단 ‘일단정지’라고 쓰인 글을 지운다. 시뻘건 토우치의 불꽃이 문신의 흉터까지 시체처럼 말끔히 치우고 나자 곧 새로운 글씨가 쓰여 졌다. ‘애정문제’
부동산이나 자녀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 일단 멈추시라고, 일단 한 번 비우고 가시라고 검은 길 위에 엽서 한 장 띄워 봅니다.
사거리는 어느새 수줍게 부풀어 누군가의 발견을 기대하는 신대륙처럼 두근거리지만 나는 이런 정도의 정지신호는 무시한다. 급유관처럼 얽혀있는 사거리의 볼트를 조여 스스로 소통을 그치기로 한다.
끼리릭, 끼리릭.


홍순창
2006년 ≪리토피아≫로 등단.

추천4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