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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강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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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자
금촌역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임종을 앞둔 박새의 눈길로
복선 전철화가 되면
새 역사驛舍에 내어주고 사라져야 할
융희 4년 1910년에 얻은 이름
새마을 新村이 쇠마을金村이 된 곳
낮은 건물 모두 사라진
고층 건물 사이
온기를 다 놓아버린 몸뚱이
너를 만나고
너를 떠나보낸 역
부칠 곳 없는 편지처럼 창백한 기와
발아를 멈춘 맨드라미꽃씨
겨울 호수
무지개가 땅속에서 잠을 자네 태양이 먼 발치에서 얼어버린 호숫가를 기웃거리네 부들 씨앗이 흙을 잘 덮고 있나 연뿌리가 얼지는 않았나 붕어, 송사리, 미꾸라지는 낙엽 속에 잘 숨어있나 얼음을 쓰다듬어 유리처럼 빛이 나네 마른 갈대 옆에 한 사람이 묵화墨畫처럼 낚싯줄을 들이고 있네
초인종 소리가 들리네 소파에 그냥 앉아있네 귀를 핑크로 물들인 푸들도 그냥 있네 리모콘으로 케이블TV 채널을 누르네 지난주에 못 본 연속극을 보고 어깨가 드러나는 티셔츠를 사고 토스터 겸용 오븐을 사고 12가지 반찬 세트를 주문하네 태양이 四季節 빙벽인 아파트 벽에 머물다 유리문을 발견하네 베란다에 뒹구는 화분을 보네
강운자
경기 파주 출생. 2007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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