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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리토피아 신인상 심사평/이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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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90회 작성일 08-03-0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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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다부진 언어구사의 힘 돋보여


이번 하반기 신인상 시부문에는 세 사람의 당선자를 시단에 내보내게 되었다. 한 명 또는 두 명의 개성적인 신인을 뽑아 선보이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상적인 관례였으나, 이번의 경우 시조영역까지를 포함하는 바람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는 리토피아로서도 기쁘고 든든한 일이라 하겠다.
「한국여자」 외 4편의 고춘옥은 고유한 우리의 시가형식인 시조의 정형적 틀에 맞추어 얼개를 옹골차게 짤 줄 아는 섬세한 언어세공의 직조능력이 믿을 만했다. 이러한 시적 기량을 갖추고 있는 시인이라면, 어떤 소재를 다루게 된다 해도 상당한 수준의 가작을 빚어내리라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검은 바다」에 나오는 “새우잠 꿈속 길일까, 알거품이 뽀글대는 한 세상” 같은 표현이나 「돌의 나라」에 나오는 “하늘을 반듯 떠안고 새들이 내려앉는다/바람에 궁굴리어 속내를 다스리는/해녀의 묵비권인가/나지막이 잠겨든다”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단순한 수사적 기교의 현란함이 아닌, 제주도의 구체적 삶과 현장에 밀착한 살아있는 이미지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대의 노래’로서의 시조時調가 지녀야 할 생생한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음도 살만했다. 그러나 의고주의적擬古主義的 말투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흔적이 더러 발견되고 있어, 이를 탈피할 참신한 미학의 개척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추어탕」 외 4편의 조운주는 우리가 흔히 스쳐 지나가버리기 쉬운 비근한 사물이나 일상적 풍경 속에서 깊은 의미를 캐어내는 통찰력의 날카로움을 시편들마다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되었다. 특별히 새롭다고 말할 수 없는 주제들, 예컨대 ‘추어탕’, ‘멸치젓’, ‘싸움소’, ‘양파’, ‘벚꽃’ 같은 것들을 다루면서 대상 그 자체의 외면적 데생이 아니라 보다 심오한 깨달음을 얻게 하는 상징체 또는 의미체로 파악하는 애정 어린 사물인식의 방법이 남달라 보였다. “쫓기지 않으면 쫓아야 하는” 모래판의 싸움소를 “학원이 즐비한 팔학군 거리”에서 경쟁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 학생들에 빗대어 그리거나, “튼실하던 엉덩짝 내려앉아 시커멓게 썩어들고 있는 ” 양파를 “노인 병동/꽃대 다 피우지 못하고 시든/하얀 시트 위의 어머니”에 빗대어 그리는 묘사솜씨 또한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시적 소재의 선택이 다소 한정적인 테두리 안에 갇혀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새로운 타법」 외 4편의 임효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법으로 물화物化된 가상현실의 냉혹성과 잔혹성을 치밀하게 파헤치는 다부진 언어구사의 능력이 주목할 만했다. “그녀는 밤의 문을 밀고 들어가 쇼를 할 것이다 큐 사인만 주면 펑! 하며 독수리들이 튀어나올 것 같다 입을 열게 하고 싶어 리모컨을 틱, 눌러댄다 거꾸로 로꾸거 질펀한 관계 후 피투성이 혼혈을 생산할 것이다”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속도감 있는 산문적 문체를 사용하여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공간 속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소외감정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묘사력이 돋보였다. 「낙화」, 「오리들의 다비식」에 보이는 ‘핏빛 동공’의 이미지나 ‘뜨거운 찜솥에 속없이 가부좌를 튼’ 오리의 ‘찜식’의 이미지 등은, 예컨대 루이스 브뉘엘의 초현실주의 영화

추천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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