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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최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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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균
언저리
허공 언저리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언저리
나무 언저리 밀고나오는 초록이파리 언저리
이파리 언저리 뚫고 나오는 이슬 언저리
내 삶 언저리 삽 들고 물꼬 보러 가는 우주 언저리
빗소리 난타 치는데
개구리 펑하게 젖어 우는데
무엇이 중심이더냐
이 언저리 저 언저리 천둥치는 손 번쩍 들어 올렸겠다
소음 귀
어느 캄캄한 밤 내 귀 먹먹귀로 살아 있다
내 귀 소리 듣는 귀 아니고
내 귀 소음 내는 귀라는 거 알았을 때
그러니까 꼭 밤 열한 시쯤이면 들렸던
벽오동나무 부엉이소리 들리지 않았고
축사 소가 생의 뜸베질하던 소리 들리지 않았다
분명 귀 어둡지 않은데 귀 바짝 세울수록
새벽 일산장 내다 팔던 채소 흥정소리
내달리는 간선도로 차소리만 쟁쟁했다
내 삶의 소음이 내 귀 잡아먹었던 거
목소리 큰 귀로 마구 잡아먹었던 거
불 끄고 내 하루의 고요로 눕자
구름이빨 부딪는 소리
바람솜털 송송 자라는 소리
거기 걸어둔 내 소음 귀 우수수 지는 밤이었다
최창균
1960년 경기 일산 출생. 198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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