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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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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73회 작성일 08-03-01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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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전자제품들


코드만 꽂아주면 언제든 피가 돌았다, 그것들
한 생 몸이 달아 제 할 일만 했다

회로 고장으로 더 이상 그것이 될 수 없는 것들은
재활용 창고에 버려졌다

어떤 신이
이따금 수거차를 몰고 와
그것들을 거둬갔다.






2007. 1. 1~~2007. 7. 31(日記抄)


2007. 3. 5
죽은 이영유가 홀연 배달되어 왔다
와서는 <나는 나를 묻는다>고 선문답처럼 중얼거리며 책상 위에 누워있다  
묻는 건지 묻-는 건지 아리송하다 그 곳의 지역번호를 묻자 모른다고 한다

2007. 4. 1
누군가 지금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고
‘바람이 중앙아시아를 유린하고 그의 황량한 제국을 쓸고 있다’고
배달부가 눈으로 말하고 씩 웃었다

2007. 4. 30
사월이 간다, 사월이 자꾸 간다. 아아,
<사월아, 미안하다>

2007. 5. 1
젊은이들은 왜 <꽃나무 아래의 키스>를 좋아 하는가!
저 위에는 여전히 세상만한 꽃잎이 하나가 떠 있고
그 밑에 태양이 있다 여기가 어딘가?

2007. 5. 15
나무마다 <푸른 독>이 오르고 있다
천지에 독이 퍼진다
나는 생강나무 아래서 천천히 독을 마신다
상쾌하다

2007. 7. 1
자, 이쯤에서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건배!
             우리의 산자들을 위해 다시 건배!  

2007. 7. 20
내 몸 속에 누군가 자고 있다
가늘게 코를 골며 뒤척이고 있다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2007. 7. 25
<의심하고 있구나> 너,
저 벽에 걸린 날들을!
창공에 빛난 별, 창공에 빛난 죄, 싼-타-루-치-아-

2007. 7. 30
소 한 마리가 괜히 푸하하하 웃고 있다면?
아무 것도 없는데 소 한 마리가 괜히
푸하하하 웃고 있다면? 발밑에
꽃 한 송이밖에 없는데 꽃 한 송이가
소를 잠깐 들어 올린 일 밖에 없는데 푸하하하
그, 그 <소를 웃긴 꽃>!

2007. 7. 30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오토바이>를 타고 햇빛들이 내려오고 있다.
천지가 오토바이 소리로 쨍쨍하다.

※ <  > 안은 각각 이영유, 김윤배, 심언주, 이수익, 이경, 이시영, 김선우, 이정주, 윤희상, 이원의
시집 이름. 배달된 순서로 사용했음.


이경림
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토씨 찾기,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시절하나 온다, 잡아 먹자. 산문집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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