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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김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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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677회 작성일 08-03-0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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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서
저녁식사


차갑고 말없는 살점을 썰고 있네
무너진 담장의 붉은 신음을 썰고 있네

숨이 넘어갈 듯
작은 꽃들이 핏빛 머리카락을 날리고 있네
공원을 지나 연못을 지나
모닥불에 죽은 꽃씨를 묻고
오랫동안 울고 왔지만
여전히 붉은 재가 내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주네

7시 52분, 그와 마주앉아

아버지의 한평생을 썰고 있네
나갈 수 없는 문을 썰고 있네

오른쪽 뺨이 다 타버린 꽃
썰어놓은 꽃잎 한 장 씹어보네

한 달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한 번
꽃무늬가 흘리는 웃음 앞에서
바람을 타고 조용히 번져가는 눈물

슬픔 한 가닥이 이 사이에 끼여 빠지지 않네




 

 

흰개미와 잿빛 아이


흰개미를 끌고
아이가 간다

입술이 파란 흰개미를 끌고 가파른 언덕 너머
아이가 간다

강물 위로 달빛이 부서져 날린다

사천의 피어싱을 한 달빛 사이로
잿빛 아이가 간다

눈 덮인 선인장의 가시 돋친 노래를 부르며
잿빛 아이가 간다

아이는 하나라도 백 개인 외투

死天의 날과 밤을 지나*

흰개미 한 마리가 빨간 외투를 걸치고
밤의 회오리 속으로 출근한다
* 다무라 류우이찌의 시 변용



김현서
1996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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