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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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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밤비
댓돌 털신에 개구리가 든 밤이다
밤비에 나온 개구리가
덜 깬 겨울잠을 털신에 들어 털고 있는 추운 밤이다
겨울비라고 썼다가 봄비라고 썼다가
겨울비를 긋고 봄비를 긋고, 그냥 밤비나 움츠려 긋는 밤이다
쓸쓸한 접촉
일 갔다가 편도 일차선 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상대편 자동차 네 바퀴 모두, 중앙선을 넘어와 내 차를 쳤다 번뜩했다
경찰차가 줄줄이 왔다 상대편 트럭운전수는 내가 트럭을 치고는 중앙선을 넘어갔다고 우겨댔다 아까부터 보고 있던 노스님이 운전수 얼굴에 침을 뱉으며 한마디 하신다 야 씨발 개새끼야
상대편 보험회사에서 나와 입원비도 내주고 차도 고쳐주고는 기십 만원을 통장에 넣어주고 갔다 마침, 뒷목과 어깨와 엉치뼈는 결린 안부를 전해오고 월급은 석 달째 깜깜무소식인 터이다 몸 푼 아내와 같이 맡겼던 갓난아이를 찾으러 처갓집에 가야할 터이다
장모님 이거 안 받으시면 딸도 손주딸도 안 데려 가요, 암껏도 알리 없는 아내와 세이레 된 어린 것을 받아 안고 처갓집 나선다 셋이서 살 비빔서 집으로 간다
박성우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거미', '가뜬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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