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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신작시/장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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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20회 작성일 08-03-0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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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자
10개의 계량기*
― 0g, 그 불안의 무게



네 개의 저울이 세 개의 저울을 재고 있다
세 개의 저울이 두 개의 저울을 올려놓고 바늘들이 일제히 아래를 본다
두 개의 저울이 하나의 저울을 재며 궁금한지 바늘을 치뜨고 있다
그 하나의 저울눈은 0g에 서 있다

온몸이 눈뿐인 앉은뱅이 저울

1사람2사람3사람4사람5사람6사람7사람8사람9사람10사람
이 부릅뜬 눈으로 지키는 0g

그 하나의 저울은 네 개의 저울에 묻히고 있다
두 개의 저울은 하나의 저울 위에 앉아 있다
세 개의 저울은 하나를 재고 있다
네 개의 저울은 두 개의 저울을 올려놓고 있다

탑=지그재그탑=거꾸로탑=꼭지점=자신=순수=탑=거꾸로탑=24시간반복

바람 눈 햇살 구름 환상 너뿐만 아니라 나 또한 0g인 지그재그 탑 하나를!
0g, 그 혼돈의 무게

*곽덕준의 「10개의 계량기」 ― 현대미술관 뜰에 있는 작품



처음처럼

왜 이렇게 세상이 서먹서먹하지
아침에 눈뜨니
침대 위에 덩그렇게 물체처럼 누워 있다
이 아득함
이 단절, 난 아무 것도 잡을 수 없어 너무 멀어
희․노․애․락이 희미한 그리움처럼 멀다
어제 봉화 청량사를 다녀왔을 뿐인데
빗줄기 속 운무에 잠시 가려졌을 뿐인데
축융봉 신선에게 개평 뜯다 얼풋 도화를 보았나
옳다구나, 세상이 덜컥 문을 잠궈버렸구나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언어들이 적막처럼 공허하고
만지던 물건들이 서먹서먹 낯가림들 하지
내 의식 흐름 어디쯤 도화가 흘러?
그렇다면, 계속 나를 가두어다오
이골 저 골 그냥 하염없이 걷다가
걸어서 걷는다는 생각도 잊어버릴 만큼 아득하게 걸어가
그때
부드럽게 아득하게 처음처럼 이름 하나 하나
떠듬떠듬 또박또박 처음처럼


장정자
경남 마산 출생. 2001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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