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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이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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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기
박대 굽는 저녁
저녁입니다
고요히
내리는
하루가
골목을
물든
초생달이 뜬
저녁
칠산을
떠돌던
고깃배가
들어왔는지
박대 굽는
냄새
옹기종기
저녁
밥상에
옹기종기
저녁 밥상에
*칠산七山은 전남 영광 앞바다.
부채
왜 이리도 사는 것이 힘드냐
아내가 모로 누운 채
어젯밤에 한 말이다
나는 딴청을 부리듯
부채를 부친다
여울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 먹점 찍힌
부채는 팔랑팔랑 바람을 일으킨다
왜 이리 덮냐며 딴 시늉을 걸지만
달력에 기일이며 약속들이
밤고양이마냥 오는 게 아닌가
부채야말로 내 더위쯤 우습게 아는가
악귀라도 쫓는 냥 부채는
바람을 일으킨다
덮기로 따지자면 모로 누운 아내의
침묵이 더 더운 법
나는 또 부채를 찾는다
내 머리맡에 가까이 둔
부채로 나는 또
소리가 나도록 바람을 일으킨다
아내의 입에서 생활이 더 나오기 전에
이세기
1963년 인천 출생. 1998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먹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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