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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안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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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희
탄소나무 계산기*
한 사람이 978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지구에게 미안하지 않다는
그래야만 지구를 한 번 안아줄 수 있다는
탄소나무 계산기처럼
당신을, 안아 드려요
남포동 광장
사람과 사람의 등과 등 사이
프리 허그(free hugs) 글자판 가슴에 달고
만면에 미소 띤 양팔 벌린 청년
여고생 다가가
수줍게 움츠려 안긴다 오랫동안,
우는가! 싶더니 살며시 자리 떠나고
사람도 나무처럼
당신을, 안아 드려요
이 아픔, 저 슬픔의 볼을 부비는
작은 탄소나무 계산기
*국립산림과학원이 홈페이지에 만든 코너.
바닷가 나무의자
한때 냄비 속 조개처럼 바글거리던 백사장, 물새들이 겨울을 물어다 놓았다 소리도 없는 어둠이 다가와 가로등 하나, 둘 켜면 따라 내가 켜진다
저녁에 뉘인 몸 아침에 다시 일으킨다 무너지고 또 무너지기 위해 존재하는 파도 같은 것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는 대답 없는 질문을 발로 툭툭 찬다 멈추어버린 시계 하나 모래 속에서 빠끔히 얼굴 내민다 고장 난 세월이 거기 박혀 있다 그렇게 늘 밤은 지나고
아침을 위해 다시 분주한 그 날개마다의 빛살들 반짝인다 사랑은 이런 곳에서 더욱 선명해지지만 사람은 이런 곳에서 서성거리는 게 아니었다
두 개의 다리로는 지탱할 수 없어 네 개여야만 하는 나무의자를 방석 위에 앉힌다 의자도 한 번쯤은 앉을 수 있어야 하기에.
안효희
부산 출생. 1999년《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꽃잎 같은 새벽 네 시, 《시와사상》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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