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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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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모르는 장면
1.
불이 꺼지면
순식간에 달라지는 세계.
나타났다 사라지는
너의 얼굴.
나는 오늘
물고기의 혀를 처음 발견했다.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잊어먹은 사람들이
다른 환한 세계에서
그들의 이름을 가지고 산다.
2.
조금씩 피가 솟아나고
피는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
열 개의 발톱처럼
내게서 잘려 나간 것들이
생명을 잃어버리기를 빈다.
주말의 만화영화
그 원피스를 입지 않았던 게
오랫동안 후회되었다.
키 큰 오빠가 나를 때렸던 날부터
나는 아주 조금씩
느리게 컸다.
그리고 나는
아무나 따라 했다.
여기는 처음,
이라고 생각했다.
팔다리가 길어지면서
이름이 뭐니?
묻는 사람도 없어졌다.
하재연
2002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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