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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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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21회 작성일 08-03-01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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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딸국질


불혹은 내게 소리나던 말을
반쯤 빼앗아가 버렸다

폼나게 돌아가던 머리의 회전이
슬며시 딴전 피우고
간밤에는 얼룩이진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꿨다

오직 한 우물만 판다던 지랄같던 용기
병신같이 흘린 눈물도
이제 몸에서 느리게 반사 된다
혼자가 무서워 햇살에 등 기대고 앉으면
갑작스런 몸의 염려로 딸국질이 났다

딸국딸국 나를 위한 충분한 내 발작의 시초
순행하는 자연의 행렬로
익숙한 그림자 만들던 해를 본다
고정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운 해는 먼 산 뒤로 숨었다

무덤의 봉분을 닮은 늙은 미래가
과거의 주파수를 맞추면
딸국딸국 한 다발의 통통한 딸국질 소리가 났다

 

 

 

감자밭

잘 생기고 미끈해야 한다는 사내
못나고 울퉁불퉁 해야 제맛이라는
여자의 충고가 감자밭에 묻힌다
빠꼼한 눈 세월에 턱걸이를 시도하는 감자
시간은 세월에 헛눈을 팔지 않는다
속살 하얗게 터질 때까지 햇살 구경하면
몸에 멍이 든다는 경고를 어긴 감자
겁 없이 땅속을 나와 푸른 줄기를 잡고 논다
꼼꼼한 구름 감자 눈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장마를 내린다
불룩 나온 눈두덩이 잡고 잠을 쫒는 감자
때때로 날씨는 몸때 앞둔 여자처럼 변덕이 심하다
눈치 빠른 햇살이 감자를 말려준다
멍투성이 감자는
잘 생기고 미끈해야 한다는 사내와
못나고 울퉁불퉁 해야 제 맛이라는
여자의 충고를 못들은 척
그의 남은 영혼을 감자밭에 묻기로 했다


김지연
2004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소심素心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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