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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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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
눈치
금강하류
무심한 낚시꾼들이 줄을 당기고 있다
드르륵 드르륵 연줄 당기듯
놓았다 풀었다
방울 낚싯대 요란하게 울면
눈치 한 마리 낚아 올린다
은빛 지느러미 흩어지는 강둑 위
더운 바람에
내 몸의 비늘, 심한 물비린내 풍긴다
나는 땀에 절어드는데,
누군가 목덜미 자꾸 잡아채 뒤돌아보게 하는
도시를 멀리 떠나왔다
망초꽃 눈물샘조차 말라버린 타는 더위
지느러미 파닥이며
내 몸도 풀려 가볍게 하류로 흐르고 싶다
찌든 때 한 꺼풀씩 헐거워진 팔 다리
물을 차고 세차게 흘러간다
사는 것, 햇살에 끌려나온 눈치처럼
새끼 몇 첨벙대는 강물을 눈치 보는
나 아닌가 몰라
고석정孤石亭*
강은 보이지 않는다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 길들이
웅얼웅얼 저 혼자 흘러간다
아프게 흘러가는 길들 끝 고석정엔
기암절벽 젖은 잎새
두 번 날개 퍼덕이는 새를 보았다
비는 흩뿌리고 보이지 않는
내가 숨어 지상으로 마구 흘러간다
꼬불꼬불 어딘가로 소리치며 흘러가는
절망의 시간만큼 빗속에 지워지는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다
등 뒤, 헤맨 물굽이 따라 산그늘 어깨 젖고
물속에 빠진 정자亭子
이 빗속 누가 날 부르는가
나를 통째로 떠메고
휘어진 나뭇가지 떠내려가는
보이지 않는 강 저쪽, 조금 있으면
둑길 다시 푸르러지겠지
*고석정:강원도 철원 한탄강에 위치한 정자.
한 선
2006년《문학마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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