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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권두칼럼/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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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44회 작성일 08-03-0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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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문화와 사유하는 예술을 위해



학계와 예술계가 떠들썩하다. 가짜들의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연일 폭로전과 고백전이 쏟아지고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학력과 학벌이 위조되는 일그러진 현실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국 사회의 왜곡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일 터지는 일련의 사태는 부조리와 모순이 판치는 세상에서 중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위기에 봉착한 것은 비단 가짜논란의 당사자들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최근의 사태는 지식인과 예술인에게 근본적 회의와 반성이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학문하는 ‘척’하기, 예술하는 ‘척’하기처럼 시늉이 판칠 때 사회는 타락할 수밖에 없다. 예술이 돈벌이나 명예의 수단이 될 때 목적의 순수성은 사라지게 된다. 진정한 학자와 예술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의 말과 행동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다. 즉 가치에 목적을 두지 평가에 목적을 두는 않는다. 모든 예술이 선을 지향할 수는 없지만, 예술의 궁극의 목적 중 하나는 올바른 가치와 선의 이념을 지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을호 ≪리토피아≫ 특집은 ‘예술과 형이상학’이다. 예술은 인간의 사상을 반영한다. 전통적으로 예술이 종교나 철학과 긴밀한 관계를 지녔음은 이를 말해준다. 종교와 철학이 교리나 명제를 통해 사상을 전달한다면, 예술은 재현의 양식화를 통해 사상을 드러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적 세계의 형이상학은 영원한 진리 추구를 공통의 가치로 삼았다. 플라톤의 이데아, 기독교적 세계관, 헤겔의 절대이념에 이르기까지 서구의 형이상학은 절대 정신에 대한 탐구로 일관했다. 동양의 경우도 유․불․도의 사상과 정신을 반영한다. 그러나 근대 이후 형이상의 문제는 절대적 이념과 가치의 붕괴에 따른 상대적 가치, 개인의 실존, 존재와 존재자의 관계에 대한 문제에 집중한다. 즉 현대 예술의 형이상학은 주로 ‘존재론’으로 드러난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의 상태, 즉 ‘실존’에 대한 자기 탐구라 할 수 있다. 이번 특집에서 주요하게 다룬 부분은 문학, 영화, 건축에 드러난 형이상학이다.

먼저 임영봉의 「존재의 진리를 찾아 나선 영혼의 모험 - 우리 소설과 형이상학」은 근대 이후 한국 소설의 형이상학의 문제의 초점이 무엇이었으며, 또한 주요 작가와 작품의 흐름을 진단함으로써 한국 소설의 형이상학적 방법과 주제를 집중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임영봉은 근대 문학의 형이상학적 관심은 ‘문제적 개인’에 있다고 말한다. ‘문제적 개인’이란 “자신을 에워싼 세계에 대한 전면적 질문”을 감행하는 것이며, 이는 “자신에게로 되돌아가 경험이나 지식의 근원에서 질문을 던지는 정신”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소설의 형이상학은 이 고독한 주인공이 벌여나가는 집요한 자기의식의 탐구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임영봉은 김동리의 주요 작품들을 면밀히 고찰함으로 김동리 소설의 형이상학적 특성을 소개한다. 이밖에도 최인훈, 이청준, 김성동, 박상륭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소설의 형이상학적 계보를 잇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찰하고 있다. 임영봉의 글은 한국 소설사의 형이상학적 특성과 경향, 성격과 의미를 규명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김무규의 「영화와 형이상학, 분열을 통한 사유」는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에 나타난 형이상학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김무규는 영화는 다른 예술형식의 비해 고유한 “의미작용, 기호작용, 재현방식”의 특성을 지녔으며, 이러한 미학적 차원의 특성은 철학적 문제를 전달하는 방법적 차별성을 지닐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그는 <거미숲>에 제시된 독특한 시간 의식, 서사 코드의 특성, 언어와 영상의 대립, 플래쉬백의 특징 등을 설명하면서 영화적 기법을 통해 작품의 철학적 의미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논의하고 있다. 이 글은 영화의 기술과 방법적 차원이 작가가 전달하려는 형이상학을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상세히 제시함으로써 깊이 있는 영화 읽기를 제공한다.

백인덕의 「먼지 아래에는 무엇이 있나?」는 정신주의 시의 성과와 과제를 다루었으며, 끝으로 박성수의 「고딕성당과 철학」은 중세 조형예술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고딕성당의 미학적 특성을 제시한다. 그는 고딕양식과 스콜라 철학의 상동성, 고딕성당에 반영된 이원적 세계관, 헤겔 철학으로 바라본 고딕 성당의 특성을 상세하게 피력한다. 박성수의 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고딕 성당을 이해하는 철학적 관점과 해석의 차이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글은 양식사, 문화사, 철학사를 총체적이며 통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번 호 신작 소설은 강인봉, 김민효, 김정남 소설가의 작품이 실렸다. 새로운 감성과 정치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은 그들의 소설은 읽기의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소설 문법의 새로운 가능성과 개성적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집중 조명은 ≪리토피아≫로 등단한 서동인 시인의 신작시를 실었다. 섬세한 정서로 우리말을 능란하게 구사하는 그의 시적 기량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작품론은 장이지 시인이 맡아주었다. 장이지 시인의 날카로운 해석과 분석이 서동인의 작품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밖에도 신작시란에는 젊은 시인들의 작품들을 많이 소개했다. 실험적이며 감각적인 그들의 작품을 통해 젊은 감수성과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도 하반기 신인상 수상자가 시와 시조 세 분으로 결정되었다. 리토피아와 함께 가는 문단 활동에 무한한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세상은 불행하다. 가면의 주인공도, 또한 가면을 쓴 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모두 불편하다. 진실을 찾기보다는 진실을 외면하고 무마하는데 급급한 오늘의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금 반성적 자아가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반성하는 문화와 사유하는 예술이 이 시대에 절실히 요구된다. 예술가의 임무는 멋진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창작자로서의 삶의 진정성을 갖추는 일이다. 창작자의 생활은 작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곧 예술 작품의 형식과 내용은 창작자의 철학을 드러낸다. 오늘날 예술가에 삶의 건강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본지는 진정한 예술혼과 바른 삶의 철학을 지닌 작가들을 옹호할 것이며 그들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타락한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이 시대 문학의 윤리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 강경희(본지 편집위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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