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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신작시/여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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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5회 작성일 08-03-0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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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천

암스테르담


외로운 사람들은 모두
암스테르담으로 갔다
콧수염을 달고 빨간 나비넥타이를 하고
커피하우스가 있는 암스테르담으로
짝짝 짝짝짝 어색한 박수소리와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갔다
우리는 조금씩 정상인을 닮아가는 거겠지

낭만적인 중년의 며칠을 위해
사람들은 물 위의 도시로 갔다
어둠의 숲에선 반딧불이 동시에 빛을 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닮아가고 있을 때
암스테르담은 외롭다
왜 이 순간 역전 홈런이 아니라 파울플라이가 떠오르는 걸까

우리는 그때, 홈런을 외치며
미친 듯이 손뼉을 처댔다
일요일 저녁이면 반짝이는 조명탑 아래서
우리는 생각했다
경계가 지워져 가는 암스테르담의 깊은 밤을
그 붉은 중앙역에서처럼

드럭스토어의 문을 열고 나오는 중년의 여자
그 파란 눈 속으로
운명처럼 낙하하는 운석, 그리고
비가 그녀의 긴 소매를 적실 때
그녀는 생각한다, 하나가 된다는 것을

지명타자는 3루측 관중석 상단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빗맞은 타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다른 곳으로 향하던 눈들이 하나로 모이는 곳
일요일엔 모두 암스테르담으로




투명인간


갑자기 꺾이는 슬라이드처럼
그대 앞에서 모른 척 등을 돌리지만
가는 두 다리로 네모난 어둠을 딛고 있는
나는 잘 보이고 싶은 사람입니다

모두들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바람은 여기저기에서 불어왔고
괘종시계는 30분마다 울었습니다
살아본 적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듯
어디에 속하는지 몰라 그냥 웃었습니다

형광등이 깜빡이는 순간
세계가 재빨리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에
그때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누군가 차가운 볼에 키스를 하고
누군가는 정말 이 세상으로부터
눈을 감아 버릴 수도 있는
여기는 중간지대
내려놓지 않은 수화기로 음성이 들리는 동안
흑백 TV처럼 얌전히 굴었습니다
뭔가가 나를 눈감아 주고 있습니다



여태천․
200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국외자들󰡕

추천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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