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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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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미당 생가에서
소요산 산벚꽃잎 날리는가 싶더니
하아얀 두루마기 입은 팔순 노인
훠어이 훠어이 질마재 넘어 오신다
사립문도 없는 초가집 한 귀퉁이
칠산바다 닮은 봄까치꽃 오종종 모여
먼길 떠났다 돌아오는 집주인 기다린다
오늘같이 눈부신 봄날
화사한 햇살은 정성껏 마루를 닦고
남실바람은 마당을 남실남실 쓸고 있다
물의 힘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
고창 선운사
골짜기로 흐르는 물 속에 잠겨
하반신은 검게 썩어 가는데
상반신은 샛파란 잎들을 피우고 있었다
저 생명력!
함께 보던 제자들 탄성이 터진다
나는 그 탄성에 빙그레 웃다가
흐르는 물에게 허리 굽혀 절을 했다
합장한 손바닥이 따뜻했다
허형만
1945년 전남 순천 출생. 197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첫차, 영혼의 눈, 비 잠시 그친 뒤 등 11권과 평론집 시와 역사인식, 영랑 김윤식연구 등 다수. 현재 국립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 목포현대시연구소장. 우리문학기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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