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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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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옥
등성이에서
그저께도 가고
어저께도 갔다
어저께 보다는
그저께가 가까워졌다
한 해 전인가 보낸 사람
돌아오는 기미 벌써 뽀얗다
생강나무 꽃 먼저 떨어지고
함박꽃은 조금 있다가 떨어졌다
생강꽃 돌아오는
노란 아지랑이로
저기 돌아오는 노란 이마
함박꽃 돌아오는
함박 울음에 얹혀
느껍게 돌아오는 붉은 눈시울
얼추
천 년이면 다 와서
또 반가운 형상이겠다.
滿發 안에서
그 사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모진 사람 아닐 거라고,
내 생각의 庸劣을 나무라는
또 다른 내 생각 나뭇가지에
힘겹게 솟는 꽃망울 몇 개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꿈의 어지러움 피하고 싶어서였다
끝내 꽃망울 터뜨리지는 못했다.
환한 꽃 얼굴, 활짝 피워서
몇 사람 얼굴에 문지르고 싶었지만
내 용렬, 나무라는 또 다른 생각의 힘은
간신히 봉긋 봉긋하다 그치고 말았다
이 만발 안에서 하필 눈물 흘리는 내력,
나는 피어난 적 없었기 때문이다.
한영옥
1950년 서울 출생, 197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비천한 뻐름이여, 아늑한 얼굴 외. 현재 성신여대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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