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26호 신작시/김경훈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55회 작성일 08-03-01 01:48

본문

김경훈


감귤나무를 태우며
-한미FTA 반대 집회에 부쳐


한 때 대학나무로 불리던 나무
뼈가 부서지게 밭에 몸을 매단 채 일하던
숙명처럼 목숨보다 더 중했던 나무

오늘 그 나무가 불에 탄다

저 불을 보아라
저 생명이 타는 혼불을 보아라

저 불타는 나무의 소리를 들어라
저 온몸 불타는 나무의 처절한 절규를 들어라

나의 마음이 타들어간다
나의 온몸 생살이 타들어간다
폐원이다 폐작이다 폐농이다 폐허다

그러나 희망이 끊긴 곳에서 분노가 소생한다
절망이 아니라 싸움이다
간벌과 전정과 농약과 비료와 거름도 모두 싸움이다
감자와 마늘과 당근과 양파와 양배추도 모두 같이 어깨를 건다

오늘 우리의 분노가 횃불처럼 타올라
마침내 오름마다 활화산 같은 폭발이 된다




내가 나의 장腸에게 말하기를


제발, 집의 화장실까지만 어찌어찌 좀 참아주소
길옆의 어디 으슥한 곳 쌀만한 데도 마땅치 않으니
제발, 인간적 품위를 위해 조금만 더 버텨주소
허리띠 세 번 늦춰가면서까지 이 악물고 나 참고 있으니
제발, 함부로 내치지 말고 안에만 간직하여주소

나의 장이 나에게 말하기를,

그래, 마려운 조급함이 터지려는 후련함을 견디기 어렵듯이
몸이 아파오는 건, 그건 네가 나에게 가한 위해의 결과이다
그래, 따지고 보면 네 마음이 아픈 건 네가 너를 버리지 못한 연유인데
왜 나에게만 버리지 말라 하는가

아이고 죽겠는데, 뭔 말이 그리 많고 왜 그리 느리오?



김경훈
1991년 《통일문학 통일예술》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삼돌이네집󰡕, 󰡔고운 아이 다 죽고󰡕, 한라산의 겨울󰡕 외. 4․3 관련서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 제주 4․3사건 지원사업소 근무.

추천2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