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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신작시/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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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바람의 일
꽃 한 송이 만나고 싶어 바람은 저리 바쁜 것이다
너무 많은 이름들을 만났지만 제 가슴 속 품은 그 꽃향기를 잊지 못해 바람은 저리 정처 없는 것이다
제 울음에 제 고막이 터지도록 미칠 듯한 몸부림에 제 몸이 다 찢기도록
바람은 제 이름을 지우고라도 그 꽃 한 송이 품고 싶은 것이다
꽃샘이 되어가는 섭지코지 언덕의 바람
꽃 한 송이 되고 싶어 바람은 저리 아픈 것이다
섬
잔바람에도 보고 싶은 마음이 출렁거렸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그리움을 다독이고 다독였다
가슴에 멍이 들듯 그리움이 쌓여갔다
거센 바람이 불어 다시 파도가 일어도
가만히 가만히 가라앉혔다
바다처럼 깊은 막막함이 나를 가뒀다
큰 파도 일어 나를 흔들어도 모른 체 모른 체 하였다
그리움이 깊어질수록 당신은 점점 멀어졌다
새로이 파도가 일고 바람은 거칠어진다
더 깊은 그리움에 내가 묻히면
푸른 그 물결 속에 마알갛게 몸 씻은
당신이 있으리라
이대흠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창작과 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 시작. 시집 물 속의 불, 상처가 나를 살린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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