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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구지혜/딜레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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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15회 작성일 20-01-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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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구지혜/딜레마 외 1편


구지혜


딜레마



앞에 큰 강이 가로놓여 체념에 빠졌다
 
 출근 시간 늦었는데 신호등은 고장 나고
 차들 꽉 막혀 있으니 길을 끌어안았다
 뒤에 폭우 달려오고,
 
 속수무책이란 울타리 쌓아 놓고 정해진 길 바깥은 덫을 놓았다.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환호하는 세계가 우울하였다 평온이 어려우면 위안을 방패로 삼았으나 창과 칼이 더 충분하다며 안주하는 세계가 불편했다 실수하고 흔들리다 무너지는 게 경계인데 자꾸만 싸리문 너머 이념과 불화했다 그러므로 산성 안과 밖 그 어디쯤 덫에 걸린 새처럼 파들거릴 수밖에 없음을,





집 밖에 갇힌 남자·4



벽은 벽을 기대고 산다
1.
얌전 떨지 않고 덩드럭대며 놀고 있는 갖가지 색등 아래 한 사내가 벽을 허물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사내의 손은 레퍼토리 가사에 달려 있고 날카로운 이 사이로 은둔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습관을 즐겼을 혼술 혼밥 대문 앞 쌓여가는 공병은 사내의 은둔을 도왔을 것이다 육교 밑 어두운 대낮에 뻗어버린 몰골은 끝끝내 들키지 않았을 낮을 위한 은밀한 동정이었으리 어쨌든 밤의 문화는 독해 사람이 순해지잖아 붉고 푸른 조명만이 박수를 받으며 빙글빙글 돌아가면 벽이 너무 환하다 노안이라 글자가 안 보이는구나 대한민국 노래방 교회 가장 많아 너무 구제받을 수 있어 새 생명 얻을 수 있는 느낌이라 투덜대는 사내에게 예쁘고 착한 관계가 잔술에 베인 헝클어진 곡조를 찾아주며 뽀뽀도 해주고 가혹이 금방 허물어지게 투명한 벽의 이력을 깨고 있다
 
2.
안 보려 해도 안 볼 수 없다 외곽 도로 가다 보면 덩그러니 건물 하나, 저기는 무슨 장사가 될까 저런 데는 어떻게 먹고 살까 모르는 벽은 끝까지 벽이었네 저렇게 불티나는 줄 벌건 대낮에 사방 면벽面壁 수행을 하고 있다.





*구지혜 2011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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