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75호/신작시/최백규/유망주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14회 작성일 20-01-14 11:27

본문

75호/신작시/최백규/유망주 외 1편


최백규


유망주



천재보다 유망주라는 말이 좋았다


왜 학교를 파한 남자애들은 휴일 근처에 모여 앉아 있을까 홍대 놀이터에 방음도 안 되는 지하 노래방에
한강과 탄천에


흙바닥에 침을 절뚝거리는 투견처럼 아빠도 쓰러지지 않을게
헐값으로 기타를 팔고 종로4가를 달리듯
흔한 일이다


사기꾼이 시장을 하다가 대통령까지 될 줄은 몰랐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이 이와세 히토키에게 8회말 역전 결승 투런포를 때렸다 소녀시대가 3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노무현과 마이클 잭슨이 한꺼번에 죽었다


서울은 못 박힌 담벼락에 목 매달린 개를 구경하고 있었다
불붙은 책을 공중으로 집어 던지고 반듯한 굴다리 벽에 긁은 그라피티
삭은 속옷을 수월하게 끌어
내리며


대학로에서 새벽을 끝까지 크게 틀고 박스티에 스냅백 걸친 형들의 비보잉을 따라 했다


끝없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저지를 수 있을 거라 하는데 언제쯤 노미네이트 될까


그러나 이것이 나의 파국이다 스케이트보드로 트랙을 돌고 돌아도


이마가 식지 않았다





해적 방송



이제 우리는 서로의 이방인이다


희고 뜨거운 밥상을 수백 번 물릴 때까지 한 줄도 그대를 잊지 못했다


지구로 향하던 운석이 환하게 흩어지고
가족을 가진 인간들이 집으로 파한 이후의 광장이 있다
후드를 입고 슈퍼스타 밑창이 닳아가도록 보드가 아스팔트를 갈랐다 청바지에 손을 숨긴 채
도로 끝을 바라보았다


양치를 하고
외투를 벽에 걸고서 유난히 하얗던 지난여름의 일들을 생각하며 식료품을 정리하다가


의자에 앉아 느리게 연필을 깎는다


안다 머리를 묶지 않는 그대의 귀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쉽게 죄를 짓던 손으로 블록을 조립하고
합정역에서 상수역까지 걸었다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지인과 연락을 끊고 모르는 사람을 용서하고
조용히 야위어가며


식은 바닥에서 잠을 자다가 눈이 떠지면 일어나서 산다


이른 날에는 익숙한 병을 우두커니 앓고 있는 나를 누군가 보살펴 주었다


숨을 죽였다





*최백규 201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