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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신작시/김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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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
콘트라베이스처럼
물오리처럼
콘트라베이스처럼
무언극처럼
샤갈의 마을에서 춤 추는 눈송이들에게
살점
저며준
草芥 선생
그 따뜻한 손 움직여
뭉툭하게 닳아진 몽당연필
바스라진 뼈
피아노와 토슈즈로 장식한 창문 너머
아직 희미하게 반짝이는
몇 개의 누이별을
그리고 있는
낡은 벽시계
오래된 빈 집
안방 벽에
낡은 벽시계 하나 걸려 있다
누렇게 색이 바랜 부부사진 옆에
학사모를 쓰고 있는 아들사진 아래
지친 팔다리 서로 포갠 듯
시침 분침이 엇갈려 멎어있다
시간의 올이 풀리다 멈춘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침 햇살이 찢어진 창호지를 통과하여
거미가 엮어놓은 시간그물을 뚫고
마당가 사금파리 위에 쏟아 놓는
눈부신 헌사
누군가 밑줄 그어놓은
마지막 단락에 보내는
말 없는 경외
눈 뜨고 자고 있는
벽시계의
이 무극!
김삼환․
1994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적막을 줍는 새, 풍경인의 무늬 여행, 비등점, 뿌리는 아직도 흙에 닿지 못하여가 있음
추천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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