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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신작시/한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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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05회 작성일 08-03-0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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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동

상처의 집


개펄의
한 복판을 삽으로 도려낼 때
삽은 어느새 비수가 된다.
삽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스멀스멀 진물처럼 바닷물이 흘러나온다

그 구멍에 백색의 소금을 뿌린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근 속으로 소금이
녹아 내려간다.

빛이 지나가듯 튀어오를 맛조개를 잡으려
작은 구멍 속으로 내 온몸의 무게 중심이
흘러들어 간다.
그 구멍 속에는 달팽이 속같이 감겨 있는
어둠이 숨어 있다.
맛조개가 몸을 숨기고 있는 그 자리,
꿈은 보이지 않는다.

끝내 구멍에서 맛조개는 튀어 오르지 않고
구멍 속으로 모래만 빨려 들어가고
패여 나간 개펄의 살점들은 바닷물로
제 몸을 메우기에 여념이 없다.

누군가 지금도 집을 도려내고 있다.




햇빛 파장


문래장에는 꼭두새벽부터
뻥튀기 기계에서 튕겨져 나온 해가
장마당을 밝히고 있다.

노인이 한 스푼의 쌀을 뻥튀기
기계 속으로 밀어 넣자 쌀들이 몸부림치다
해가 되어 픽픽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삐져나오고
해는 아직 장마당 위에 떠 있다.

사람들은 양손에 보따리를 들고
하나둘 햇빛 속을 빠져나간다.
소말뚝을 뽑은 자리 상처가 깊다.
빈 자리에 개들이 모여들어 먹이를 찾는다.
하루 종일 기계에서 나와
수북하게 쌓여 있는 해는 모두 팔려 나간다.
사람들은 봉지 봉지에 담은 해를
제각기 집으로 가져가고

땅을 파고드는 한줄기 소나기
말뚝이 박혔던 구멍 속으로 부서진 해를
쓸어 넣는다.

저녁나절 마을 공터에서는
아이들이 조각난 해를 먹어
치우고 있다.




한규동․
경기 가평 출생
․2003년《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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