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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신작시/김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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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69회 작성일 08-03-01 01:30

본문

김연성
우리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나 없는 곳으로 당신이 흘러가네
당신 없는 세상 어디에서 나,
숨죽인 그리움으로 꽂혀 있어도 가끔씩
내 속으로는 깊은 강물소리처럼 사랑이 흘러갔다

물처럼 흘러갔네
빌딩과 빌딩 사이의 오랜
소음의 낮과 번쩍이는,
번쩍이는 밤 동안
사랑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흔적 없는 것인데

눈 뜬 살(肉)들의 사이
우리는 서로 위험한
사각의 거리를 조심조심 흘러가리라
행복한 집으로 가는 길이란
길의 캄캄한 기억을 더듬거리리

당신이 없는 곳으로 떠내려가네
그리운 당신, 언제나
빛나는 추억으로 떠도네
내 육신 가득 병든 세월이 끈적거리네
물처럼 흘러가면 그 뿐 사랑도 사라지네
이루지 못한 사랑의 고통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끝없이 바장이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하루에서


나는 여기 있는데 당신은 여기 없어요
칠흑 같은 밤,
밤새 빗소리에 감겨있었어요
당신이라는 검은 시를 읽었습니다

사당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무작정 당신에게 가고 있어요
허리가 긴 하루에 갇혀
어두워질수록 서러워지는 당신이라는 먼 詩

가까이 갈수록 당신이라는
시는 읽을 수가 없군요
부재의 시간 속에서
자꾸 위태롭게 활자를 뒤척이네요

낯선 얼굴들과
지하철에 꾹꾹 담겨 방금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하루입니다
나는 하루에 담겨 있습니다
나의 하루에 당신은 없습니다

미치지 말아요
난 하루에 있는데 당신은 여기 없어요

그대여, 오시려거든
서둘지 말고 천천히 오세요
하루는 928-9384입니다

부디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김연성․
1961년 강원도 양양 출생
․ 2005년《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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