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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신작시/정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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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
눈물 속에도 사막이 있다
며칠간 까칠한 아픔이 눈을 찔러댔는데
의사는 별것 아니라며 안구건조증이라 써 준다
그 처방전 내밀고
약국에서 받아온 인공눈물 넣다가
나는 사막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차가운 울음으로 겉돌던 눈물이
눈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눈물 속의 사막이 펼쳐진다
너 떠난 후, 계절에 상관없이 피던
그 많은 눈물꽃, 어느새
소금처럼 말라 슬픔의 씨만 남았는지
그 씨, 또 얼마나 깊게 묻혔는지
도무지 꽃 피어날 생각 하지 않는다
사막 속 눈동자는 뜨겁고
나는 울기 위해서
슬픔의 씨를 마른 사막에 묻는다
나를 내려놓는다
새 아파트 살면서 만든 베란다 화단에
어린 소나무 한 그루 심었다
빈 나뭇가지 쓸쓸할 것 같아
진짜 같은 가짜 새 한 마리 앉혀놓았는데
고운 빛깔로 나부대는 수작에
번번이 새 우는 소리 들린다
여태 나를 꿈꾸게 했던 노래여
가짜인 줄 알면서
나는 또 그렇게 울었던 것일까, 눈물 없는 울음으로
부드러운 깃털로 위장하고 있는 나의 노래를
나무에서 내려놓는다
그리움을 힘이라 붙잡고
놓지 않았던 노래가
한낮 소나기처럼 흩어져 뿌린다
소름 돋듯 일제히 일어서는 솔잎의 가시에
찔리지 않아도
온몸 왼종일 아픈 날이다
정다혜․
대전 출생
․2005년《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길 위에 네가 있었다
추천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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