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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문화산책/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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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34회 작성일 08-03-0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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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2007년, 강추위에 떠는 한국영화
이주영|기자


2007년 한국영화 산업 경향
작년 한해 우리는 참 많은 영화가 시장에서 ‘녹다운'되는 그림을 보아왔다. 그 결과 2007년의 한국 영화산업은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 아마도 관객들은 이런 상황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충무로의 범주에 살짝 발을 들이밀면 그 한파가 뼈 속 깊이 파고든다. 2007년 한국 영화산업은 어떤 상황인가. 그리고 영화인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하려 하는가.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실무자, 또 많은 영화인들의 입을 빌어 2007년의 한국영화 판세를 짚어본다. 

한해 농사를 망치다
‘올해 감독 데뷔 못하면 병신이고 주연자리 꿰차지 못하면 등신이다.' 2006년 한국영화계에 나돌던 말이다. 카메라 대여점에는 빌려줄 장비가 없었고, 세트장은 밀려드는 스케줄 때문에 곤혹을 겪었다. 이게 다 140편에 가까운 영화가 한 해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바로 한 해 전, 충무로의 그림이었다. 어쩌면 이와 같은 한국영화 문전성시의 상황은 2005년부터 예견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세기 말엔 ‘닷컴' 열풍을 타고 수 많은 IT기업들이 주식 시장에 입성했다. 그 거품이 꺼지자 그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 곧 이어 (한국영화의 야릇한 흥행세와 한류라는 황금 어장이 생성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식 시장의 첨병으로 등장했다. 퇴출 이후 다시는 발 들이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장 기업들에게 드리워졌다. 가만 보아하니 배우 몇 데리고, 영화 및 드라마 몇 편 터트리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을 것 같았다. 쓰러져가던 상장사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영화 제작사 및 매니지먼트 회사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익히 알려진 ‘우회상장' 열풍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일종의 구멍가게 격이었던 영화제작사들은 졸지에 주식시장에 입성한 어엿한 기업이 됐다. 하한가의 궁핍에 시달리던 주가도 합병과 인수의 거센 파고 속에 물 만난 고기마냥 펄쩍 뛰었다. ‘이 배우를 앞세워, 저 영화를 만든다'는 공시를 통해 증자된 주식들은 주주들에게 일장춘몽의 판타지를 제공했다. 주식시장에서 유입된 넘쳐나는 자본에 덧붙여 DMB 등의 테크놀러지를 앞세워 콘텐츠 확보에 나선 이동통신사의 거대자본도 충무로에 유입됐다. 넘실거리듯 흘러나는 돈다발에 충무로는 환희의 미소를 띄웠다. 이제 무조건 영화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 결과가 2006년 140편 이상 제작, 108편 극장 개봉의 발로였으며, 비극의 시작이었다. 완성된 영화는 극장에 간판을 내걸고, 관객을 유혹해, 들인 돈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내야만 한다. 영화 제작이 현대에 들어 산업이라 일컬어지는 기본적인 이유다. 그런데 충무로는 쓴맛을 봤다. 그들이 만들어낸 영화는 단맛의 적절한 비율로 조합된 달콤한 초콜릿이 아닌 순도 99퍼센트에 가까운 카카오의 쓴맛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108편의 개봉 한국영화 중 불과 22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창출했다. 외관상 20퍼센트의 성공 확률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머지 86편의 영화들이 시쳇말로 ‘쫄딱 망했다'는 것이었다. 돈을 번 영화들도 뻔히 눈에 보이는 것들뿐이다. <괴물>, <왕의 남자>, <타짜> 등. 굵직한 흥행을 일궈낸 소수의 영화들이 벌어들인 돈으로는 나머지 영화들의 실패를 메우기에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한국영화 산업은 투자수익률 ‘마이너스'란 최악의 상황으로 2006년 한 해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영화는 '춥다'
2007년 정해년을 맞이한 영화인들의 입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한결같다. ‘춥다'는 거다. 모두들 그렇게 말한다. 흔히 ‘춥다'는 배고프다, 힘들다 등의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작년에 우리는 같은 주에 2〜3편의 한국영화가 서로 헐뜯는 모습을 지켜봤다. 급기야 싸이더스FNH가 제작한 <열혈남아>와 <사랑 따윈 필요 없어>는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배급 경쟁 구도 속에서 같은 날 동시에 개봉됐다. 충무로에서 가장 오래된 토착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김동현 투자 1팀장은 예전에는 망해도 어느 선까지 망했다. 총 제작비 45억 원짜리를 제작해서 80만 관객만 들면 어느 정도 손해 봤네, 이런 식이었다. 3〜4편이 손해를 봐도 1편이 흥행에 성공해서 그 손실을 메웠다며 기존 영화 흥행의 공식을 들먹인다. 그런데 2006년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제작비는 점점 높아지는데, 보장되는 관객 수는 형편없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 김 팀장은 조승우 설경구 등이 출연해서 30억 원짜리를 만들면 망해도 80〜100만 관객을 들고 무너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나와도 20만 수준에서 멈출 때도 있다며 ‘대박과 쪽박' 사이의 양극화 심화를 2006년의 결과로 꼽는다. 그랬다. 조승우와 강혜정이 주연한 <도마뱀>이 있었고, 설경구와 조한선이 나선 <열혈남아>가 그 예다. <말아톤>으로 <올드보이>로 흥행성을 보여주었던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추고, 한국에서 잘 먹힌다는 멜로드라마로 공략을 했음에도 관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마뱀>의 경우는 전국 40만 관객 동원 선에서 자신의 꼬리를 잘라내 버렸다. 꽤나 좋은 완성도를 선보였던 조폭영화 <열혈남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역도산>, <사랑을 놓치다> 등의 흥행 부진을 뚫고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설경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혈남아>는 100만 관객을 동원해도 본전을 차릴까 한 판에 30만 관객 선에서 간판을 내려버렸다. 요즘 한국영화는 평균 40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이고, 150만 관객 이상이 극장에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영화시장은 100편에 가까운 작품 공급을 결코 소화해 낼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산업적 카테고리의 ‘리미트'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2006년의 한국영화는 절대적 손실을 투자자들에게 가져왔다. 한 해의 흉작은 신년의 가계를 움츠리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경제 논리 아닌가. 2006년의 결과로 인해 한국 영화산업은 몰아치는 강추위에 떨고 있다. 그게 바로 작금의 현실이다. 

영화제작, 하늘의 별 따기
최근 들어 만난 영화 기획, 혹은 제작자들은 충무로에 돈이 말랐다며 이구동성 외친다. 그런데 절대 그건 아니다. 충무로는 IMF의 국가적 위기를 포함, 한국영화가 힘들다고 할 때도 돈이 없어 영화를 만들지 못한 적은 없다. 모두들 돈이 없다고 투정하면서도 꾸준히 일정 편수 이상의 영화를 제작해왔다. 물론 2006년과 같은 풍요로움은 언제 다시 맞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투자할 사람이 없어 영화를 못 만들겠다는 제작자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시네마서비스 김동현 팀장은 작년 대비 80퍼센트 이상의 자본은 있다고 확신한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팀 이상용 부장도 198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 창투사 등으로 자본의 ‘플레이어'만 변화했을 뿐 자금이 마른 적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첨언하자면 1980년에는 VTR을 제조하던 대기업들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한국영화에 돈을 부었다. 1990년대에 들어선 젊은 기획자들과 손 잡은 창업투자사들이 충무로에 새로운 자본을 들여왔다. 이런 식으로 한국영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본을 수혈 받아왔으며, 그 속에서 일종의 펀드를 형성해 산업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터득해왔다. 그런데 왜 제작자들은 영화 만들기가 힘들다고 외치는 것일까? 그건 2006년의 데이터가 영화 투자의 ‘신중함'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김동현 팀장에 따르면 영화에 투자하는 펀드나 창투사에서 배급사 라인업에 직접 간여하는 방식의 절충이 꾀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예전엔 이 만큼의 돈을 맡길 테니 알아서 쏴라는 방식으로 자본을 집행했다고 한다. 이게 바로 ‘인덱스(Index)' 투자 방식이다. 풀어 설명하자면 시네마서비스 혹은 쇼박스 등의 거대 투자․배급사는 자신들이 참여할 작품의 라인업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100억 원의 자본이 있다면 자신들이 선택한 다섯 작품에 일괄 20억 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그 중엔 <괴물>과 같은 굵직한 영화도 있고 <손님은 왕이다> 같은 하찮은 영화도 있을 수 있다. 과거엔 돈을 가진 자들이 CJ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기업의 브랜드를 믿고 자본 집행의 자율성을 집행인에게 100퍼센트 맡겼던 것이다. 이제 이런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우리도 작품의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펀드 혹은 창투사의 입김이 곁들여지게 된 것이다. 이제 인덱스 투자 방식이 우리도 작품을 당신들과 함께 선택하겠다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g)' 방식으로의 부분적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언뜻 보기에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투자 방식의 이러한 전환은 결과적으로 제작자들이 ‘영화 만들기 어렵다' 말하는 것에 직접적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김 팀장의 말을 빌자면 이건 작품 투자 심사에 의사결정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되는 걸 의미한다. 제작사들은 지금까지 메인 투자․배급사의 결정만 기다리면 됐다. 하지만 체리 피킹 방식이 도입되면 돈줄을 쥔 투자자들의 추가 결정도 기다려야 된다. 이런저런 경제 논리를 떠나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제작사의 입장에선 투자를 받기 위한 ‘심사과정'이 하나 더 새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동현 팀장, 이상용 부장 등을 포함한 기타 한국영화 투자 관계자들은 의사결정 단계가 하나 더 생기는 만큼, 투자 선택에 대한 신중함이 더 관여하는 만큼, 분명히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작년 140편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갑작스레 많아진 자본의 양 탓도 있지만, 무분별한 투자 결정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적 마이너스란 데이터를 손에 쥔 투자사들은 작년의 교훈을 빌어 2007년부터는 신중함에 만전을 기하려 하고 있다. 그 어떤 누가 손해 볼 장사를 하겠나. 이에 따른 결과가 벌써부터 도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덧붙여 CJ엔터테인먼트 이상용 부장은 따끔한 충고의 말을 전한다. 작년엔 앞뒤 안 가리고 영화를 먼저 촬영하기 시작한 회사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서 배급사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올해는 배급사의 세팅이 이루어진 후, 즉 유통 경로가 확실해진 영화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 사실 아무리 대형 배급사라 할 지라도 1년 동안 소화해낼 수 있는 영화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전국에 가장 많은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도 년 25편 내외를 적정 수준으로 한다. 한국에는 이외에도 쇼박스, 시네마서비스, 롯데엔터테인먼트, MK픽처스,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등의 한국영화 배급사들이 있다. 이들의 배급 능력을 모두 따져본다 해도 년 70〜80여 편의 선을 넘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2007년 한국영화 개봉 편수를 그 정도 선에서 예측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분명 2006년 한국영화 108편 개봉은 이런 저런 면에서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래서 2007년 한국영화가 작년에 비해 만들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한국영화 제작비 너무 비싸다
최근 한국영화의 손익분기점 맞추기가 어려워졌다고들 한다. 2007년 충무로를 ‘춥다'고 표현하는 데에는 투자의 신중함 이외에도 이런 저런 복잡다단한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은 천정부지로 솟은 제작비의 문제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영화 편당 100만 관객 동원은 그리 어렵지 않은 수치로 보였다. 그래서 많은 투자 및 제작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평균 수익률을 그 선에 맞추었다. 극장과 배급사는 한국영화의 경우 입장 수익을 5:5의 비율로 나눠 가진다. 7천 원의 극장 입장료 중, 이런저런 할인 금액을 제한 후 배급사로 돌아가는 수익은 관객 1인당 3천 원의 수준이다. 100만 관객이면 30억 원의 수익이 돌아온다. 총 제작비를 그 선에 맞추면 100만 이상부터는 플러스 수익률이 창출되는 셈이다. 한국영화 산업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한국영화 평균제작비가 그 선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와이드 릴리즈'라 불리는 대규모 배급방식이 한국영화계에 본격화되면서 제작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껑충 뛰었다. P&A(Print & Advertisement)비용의 급상승이 바로 그 원인이다. 이제 웬만한 관객들도 한국영화의 이와 같은 와이드 릴리즈 배급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 같다. 작년 전국 620개 스크린을 장악하고, TV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로까지 진출한 <괴물>의 ‘괴물'같은 배급방식이 그 이해의 축이다.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개봉 첫 주말 평균 300개 이상의 스크린 확보를 위한 배급전쟁을 펼친다. P&A 비용의 상승에는 ‘P', 즉 프린트 비용도 크게 한 몫 한다. 하나의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한 권의 필름 프린트가 필요하다. 완성된 필름으로 이 프린트 하나를 생산하는 비용이 200만 원 정도다. 예를 들어 <괴물>처럼 620개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선 (최근엔 하나의 프린트로 2〜3개관 상영이 가능한 극장도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 600벌의 프린트가 필요하다. 그럼 12억 원의 프린티 비용이 발생한다. 시네마서비스 김동현 팀장은 <친구>의 사례를 들며 현재와의 비교를 행한다. 전국 800만 관객을 동원한 2001년작 <친구>만 하더라도 당시 최고 스크린 수인 193개에 불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300개는 기본적인 숫자가 되어버렸다는 것. 평균 300개 스크린을 확보하기 위해선 6억 원의 프린트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다 보니 어지간한 규모로 영화를 제작한다 해도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40억 원 선에 육박하게 됐다. 2006년의 한국영화 제작 호황은 이런 지속적 비용 상승에 또 다른 하중을 추가했다. 바로 카메라, 조명 등의 장비 대여 비용의 급상승이다. 제작 편수의 갑작스런 증가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완전히 깨트렸다. 촬영 장비가 없어서 대여해주지 못할 형편이었던 것.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예년 대비 2006년 장비 렌탈 요금이 20퍼센트 정도 올랐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카메라 아리플렉스의 경우 일 대여료가 100만 원 선이었음을 상기했을 때, 2006년에는 120만 원 선에서 대여가 됐다는 말이다. 20만 원의 차액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통 한 편의 영화 촬영기간이 2〜4개월 선임을 상정한다면 단 한 대의 카메라 대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셈이다. 게다가 영화 제작편수가 늘고, 주연급 배우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스타급 배우들의 개런티 상승이 굳이 작년만의 일이 아님을 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늘어난 배우들의 작품 출연료도 한국영화 제작비 상승에 큰 몫을 해왔다. 순 제작비 30억 원의 영화를 제작하는데 송강호 급의 배우 한두 명만 붙으면 10억 원은 금새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목표 관객 수를 더 높이 잡아야만 되는 시점이다. CJ엔터테인먼트 이상용 부장은 이 제작비의 BEP(손익분기점, Break Even Point)를 맞추기 위해선 200만 관객은 넘어야 된다. 그런데 한국 영화사상 2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불과 50여 편 남짓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런 확률을 가지고 영화에 투자하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 시장 규모가 200만 명이 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대로 뭔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P&A 비용은 이제 줄일 수 없는 형편에 처해있다. 제작비가 적든 크든 충무로에 만연한 ‘한탕주의'는 와이드 릴리즈를 결코 배제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 그렇다면 제작비의 절감은 순 제작비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2007년 한국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극단의 처방을 내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바로 아예 적은 비용으로 만들거나, 애초부터 크게 만들어서 크게 포장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저예산 인디 영화의 선으로 만들어 와이드 릴리즈를 취해 큰 수익을 올리거나, 처음부터 오랜 시간에 걸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런 이원론적 방법은 어쩌면 극단적 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의 경향은 그걸 증명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가 투자, 배급을 맡은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가 후자의 극명한 사례다. 쇼박스가 진행하고 있는 김혜수 주연의 <열한번째 엄마>는 어쩌면 전자의 좋은 예가 된다. 이 작품의 경우 순 제작비 15억 원 선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줄어들 수 없는) P&A 비용은 그 수준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영화 제작비 상승을 두고 이상용 부장은 올해는 어쩌면 제작비가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사실 이것은 현재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 중인,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스태프 임금 상승의 결과를 미리 예측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인감독 데뷔 힘들어진다
솔직히 말해 2006년 영화들 중 완성도 면에서 과락을 매길 작품들이 많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영화는 만들어야 하는데 감독과 아이템이 모자라니 여기저기서 준비하던 신인 감독들의 프로젝트가 빛을 봤다. 그런데 올해의 상황은 사뭇 판이하다. 국내 굴지 배급사 라인업을 살펴봐도, 또 영화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답은 엇비슷하다. 필자가 이 글을 위해 만났던 시네마서비스 투자팀 김동현 팀장도, CJ엔터테인먼트 투자팀 이상용 부장도 각기 자사의 라인업을 훑어본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좀 더 경험치 있는 감독들에게 기회가 많이 간 것 같다고. 2007년 현재 촬영 중, 촬영 준비 중인 영화들만 보아도 이 결과는 자명하다. 박진표의 <그놈 목소리>가 개봉 대기 중이고, 허진호의 <행복>은 후반 작업 중이다. 이명세의 <M>과 이창동의 <밀양>은 현재 맹 촬영 중이며,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가제)와 박찬욱의 <박쥐>는 캐스팅을 해 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가다듬고 있다. 김상진의 <권순분여사 납치사건>과 장진의 <아들>은 최근 촬영에 돌입했고, 정지우의 <모던 보이>와 권칠인의 <미친 그녀들>은 시나리오 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대략 이렇게 나열한 감독들의 작품 수만 해도 10편이다. 꽤나 알려진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올해 개봉 예정 작품수인 70〜80편의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신인 감독의, 흔히들 ‘입봉'이라 칭하는, 데뷔작이 전혀 없다는 소린 아니다. 단지 예년에 비해 신인들의 영화가 시장에 선보이기까지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투자 실무자인 이상용 부장은 한국은 신인 감독에게 너무 관대했다. 지금까지 자금이 너무 많다 보니 영화를 너무 쉽게 한 것 같다며 일침을 가한다. 김동현 팀장도 마찬가지다. 사실 과거엔 캐스팅만으로도 영화 투자를 쉽게 결정하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작년 결과는 그들만으로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아마도 캐스팅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던 투자사들도 이제는 시나리오와 감독을 주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반대로 감독 네임 밸류와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중요시하던 투자사는 캐스팅까지도 중시할 것이란 말이 된다. 이 말은 한 편의 영화에 투자하기까지 '체킹' 요소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2006년은 투자․배급사들에게 ‘쓴 맛'의 경험을 톡톡히 하게 한 해였다. 그런 만큼 그들은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의 데이터를 가졌다. 경험치에 의한 표본 신뢰도가 차츰 만들어져 가고 있다는 소리다. 신인 감독의 프로젝트가 영화화되기 위해선, 그 안에 그들을 믿게 만들 수 있는 각종 요소들이 포진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게 2007년 충무로의 또 다른 그림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의 도입과 극장 입장료 인상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60퍼센트 고지 넘어서다.' 이런 문구만 보고 나면 여전히 한국영화의 경기가 엄청난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버블'이 없다. 2005년 한국영화에 돈을 집어 넣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득을 봤다. 그런데 2006년은 누군 따고, 누군 잃은 모양새가 아닌, 모두 함께 손해를 본 형국이었다. 60퍼센트 시장 점유율은 단 몇 편의 영화들이 대박 고공행진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할 것일 뿐이었다. 투자자는 얻은 게 별로 없는데 <괴물>을 제작한 청어람은 꽤 호화로운 수익 배분의 영화를 누렸을 것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 <타짜>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영화를 ‘말아 먹은' 싸이더스FNH의 경우도 배급사:제작사의 수익 배당 비율인 6:4의 논리에서 잃진 않고 좀 벌었을 것이다. 물론 싸이더스FNH는 KT로부터 영입된 자본을 펀드화 했으니 전체적으론 이들도 투자 수익률 마이너스의 쓴 맛을 보긴 했다. 영화 투자자들은 대부분 한 편의 영화에만 관련되어 있지 않다. 그들의 돈은 수 많은 영화에 메두사의 헤어스타일처럼 걸쳐져 있다. 그렇기에 이들은 본전도 못 건진 모양새로 전락했다. 이런 과정에서 앞서 표기한 수익 배당률에 대한 의문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지금까지 의견을 같이 해오던 김동현 팀장과 이상용 부장의 의견이 조금 엇갈리긴 한다. 먼저 김동현의 경우는 현 관행이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을 타진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그래서 제작사가 수익의 비율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제작 대행사로서의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할리우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수 있지 않느냐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에 대해 기존 제작사들은 반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팀장은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지닌 최근 젊은 제작자들은 이런 방식을 생각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반면 이상용 부장은 그건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투자․배급사가 할 만 하니까 하는 거다. 물론 현 상황이 어렵긴 하다. 영화 비즈니스를 하는 나라들 중 자본을 한 푼도 안 대는데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윤의 40퍼센트를 나눠 갖는 구조는 여기 밖에 없다. 이 구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창투사들이 충무로로 진압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우리도 이 비율을 개선할 생각은 있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제작비 상승에 따른 수익률 저하 문제를 개선키 위해 투자․배급사 측은 관람료의 인상이 일차적 문제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극장 대 배급사간 (앞에서 5:5호 입장 수익을 나눠 갖는다고 표현한) 부율 문제가 도통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반대 급부로 도출된 결론이다. 사실 극장과 ‘밥 그릇' 싸움을 해봐야 별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분쟁 없이 입장료만 인상되면 나눠 갖는 파이의 크기도 커지니까. 이에 대해 김동현 팀장은 비싼 영화를 보는 만큼 관람료도 높아져야 하는 것 아닐까라며 스리슬쩍 입장료 인상의 타당성을 지지한다. 

충무로는 아프지만 변하고 있다
현재 많은 한국영화 투자․배급사들은 영화 제작 및 수익률 상승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는 분명 제작사 입장에선 영화 제작의 통로가 좁아졌음을 의미한다. 촬영, 조명, 연출, 제작의 영화 스태프 파트의 능력별 임금 지급도 7월 1일부터 시행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영화 제작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핵심이며, 또 제작비 상승의 한 축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이 부장의 말대로 상업영화의 제작비를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런 만큼 김 팀장의 표현을 빌자면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이전보다 더욱 복합적인 의사결정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다. 언제나 난관은 새로운 탈출구를 보게 하는 법이다. 2007년 충무로에 불어 닥친 ‘한파'는 새로운 한국영화를 탄생케 하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이상용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올해는 한국영화가 그 동안 50〜60퍼센트 시장 점유율을 보여온 실력이 진짜였는지 판가름 할 수 있는 해다. 또 그는 투자나 제작 등의 시스템이 정교해지는 원년이 아닐까라고 예측한다. 스태프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게 된 만큼 더욱 전문화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작자들 역시 제작비 상승 요인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만 한다. 또 자본에 있어서도 ‘선택된 자본이 선택된 투자․배급사아 ‘매치'하는 그런 원년이 아닐까라고도 말한다. 무척이나 호소력이 있어 보인다. 현재 많은 영화인들에게 이와 같은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는 ‘보릿고개'라 칭해질 궁핍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한국영화산업 아니 충무로에 변화의 바람이 살포시 불고 있다. 


이주영․
(사)영화인회의 정책연구원 및 한국영화배급개선위원회 연구원
․인터넷 영화 포털《nkino》취재 기자
․現 영화주간지《무비위크》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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