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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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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5회 작성일 08-03-0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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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호
北方의 뿔


눈 폭풍 휘몰아치는 설원에서
겨우 자란 이끼를 뜯고 있는 맑은 순록아
덜 자란 뿔이 근지러워
달리고 또 달리다 내 방 문턱에 걸려 넘어진
북방의 어린 순록아,
못다 핀 뿔의 꿈을 나에게 다오.
죄 없는 순록의 얼굴아
불꽃같은 뿔로 밤하늘이라도 뚫어보아라
부러진 너의 뿔을 가슴에 안고
다시는 메워지지 않을
우주의 구멍 속에 내 뼈와 살을 함께 묻겠다.
도시의 골목을 전단지처럼 배회하는
공허한 입들의 가식을
질긴 식욕을
노목(老木)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심장을
북방의 뿔로 찍어다오.
숨이 탁 트이는 황홀한 저 거대 구멍으로
지상의 순결한 꿈들을 모아
돌 제단을 쌓고 너의 부러진 뿔을 태워
순록아,
북방의 어린 순록아,
한 줌의 별빛으로 뿌려 주리라.





쇄빙선


음악의 흰 바다가 있네.
아무도 귀 열어 들어본 적 없는
침묵의 음표들
겹겹의 소리로 빙장(氷葬)된
은막의 평원
쇄빙선 한 척이 관을 깬다.
붉게 뛰는 해저산맥의 심장 소리가
수만 타래의 선율이 되어
빙면(氷面)을 뚫고 솟아난다.
음악이다.
길이 열리고 피가 사방으로 분출하는
생의 박동이다.
첫사랑 여인의 옥죄인 다리 사이를
끝없이 미끄러져 가는
순백의 알몸처럼
막을 찢고 길을 열어가는
영혼의 쇄빙선
회귀불능으로 솟구치는 순결한 음표들.



신종호․
1964년 여주 출생
․1997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사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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