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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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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97회 작성일 08-03-0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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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은
아라크네의 식탁


밥 냄새 고소하게 올라오는 그녀의 집 창문을
똑똑 두드리면
아무도 모르게 짜낸 식탁보 하나

바람의 베틀위에 올라앉아 덜거덕 덜거덕
실을 잣는 그녀는 보이지 않지만
허공 속 길을 고스란히 먹어 치운 이슬방울 구르는

구석진 방 어딘가
제 몸의 어둠에 잉아 거는 소리
둥둥 울리는 제 몸의 슬픔에
북치는 소리

뱃속 깊이 고인 투명한 슬픔을 뽑아내 아침저녁
식탁보를 까는 그녀,
햇살무늬 구름무늬 반짝반짝 비치는 식탁보에
제 목숨 줄을 매단 그녀,

수억만 개의 별빛을 손끝에 매단
우주 거미처럼
어쩌면 그녀, 제 안의 블랙홀을 뒤집어

天網이란 이름의 壽衣 한 벌
깔아둔 건 아닐까?





첫눈


신길동 산 144번지

옷을 훌훌 벗어 던진 가을이 진압군처럼 밀려왔다
뒷산 상수리나무 숲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낙엽더미가 흘러 넘쳤다

밥도 빵도 되지 못하는 도토리가
마른 젖꼭지를 물리고 있는 산동네를 돌며
폐품을 뒤지던 고물상 김씨가
딱딱하게 굳은 사내를 찾아냈다

“쓸만한 물건인 줄 알았다니까요”

사내의 입이
빈 젖무덤을 물고 있었던 것일까

허옇게 흘러내린 거품이 말라붙어 있는
그의 입이 둥글게 부풀어 있었다
불 꺼진 구공탄처럼 뒹구는 그의 품에서
푸드득, 산비둘기 한 마리 날아올랐다

깃털 같은 허공이 하얗게 흩날렸다
검은 얼룩으로 뒤덮인
철거 촌의 입구를 지우는 瑞雪이었다


강영은
․제주 출생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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