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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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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중독된 불륜
폴더를 열고 그녀를 지운다.
디스크 공간 부족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아내 모르게
밀어의 파일을 삭제한다.
자기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파장만이 맴돌다 소멸되는 순간이다.
그녀의 비워있는 발신함에
내가 있고
아내의 초과 된 수신함에
내가 없다.
현관문을 열어주는 아내는
항상 문은 뒤에서 닫히는 것을 모른 채
소리보다 빨리 등을 돌린다.
폴더를 닫는다.
변조 된 주파수에 다시,
그녀가 재생되고 아내가 삭제된다.
전송에 실패한 메시지가 문장 보관함에서
무장해제 당한 채 불감증을 앓고 있다.
기억의 뿌리는 나이테가 있다
기억의 부식이 떨어진다.
허공에 뿌리내린 잎들은
푸른 상처가 있던 자리마다 생겨난 껍질
잔 비늘 같은 우울을 털며
마침내 벼랑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심연이 저문 날 숲속에는
허공에 둥지를 틀은 새들도 상복을 입고 있다.
그대 마른 그리움의 날개를 파닥일 때
가을은 깃털처럼 저녁 강물로 층층이 추락하고
비로소 황홀한 노을로 상승하는 것이다.
바람의 집을 짓고 있는 나이테는 알고 있다.
권성훈․
경북 영덕 출생
․2002년 ≪문학과의식≫ ≪문학마을≫로 등단
․시집 푸른 바다가재의 전화를 받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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