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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신작시/강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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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45회 작성일 08-03-0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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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섭
카리브해의 구름


10년만에 다시 찾은 남미대륙
그 한모퉁이 카리브의 휴양지
칸쿤에선 작열하는 태양과
하얀 모래톱 사이에서
파도들이 하염없이 망망대해로
길을 떠나고 있었다

큰 뭉게구름은 느리고 긴 걸음으로,
작은 조각구름들은 뿔뿔히 흩어져
어디론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미 대륙을 강타하러 가는 테러리스트처럼
솜이 물 속에 태풍의 눈 숨기고
유유히 이동하는 구름 떼
그 틈새로 요리조리 비껴가는
바람의 꼬리가 보인다

잔잔한 바다에서는
돛단배의 방향 잡아주고
난파선에 부드러운 손짓도 보내지만
카트리나처럼 한번 성나면
모든 걸 한꺼번에 휩쓸어 버릴 수도 있나니

아, 이제 빙하가 녹아내리고
극지의 지도가 바뀌고 있거늘
눈 먼 지구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카리브의 구름은 걱정스런 눈으로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고비 사막을 지나며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떠나
유럽으로 가는 길
그 긴 항로를 여행하다가
하늘과 땅이 어디선가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천산(天山)산맥과 중앙아시아의 고원을 거쳐
눈 덮인 유라시아 대평원을 지날 때
비로소 지구를 만든 주인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고비사막의 구릉과
정교한 산맥의 흐름
그 걸 보노라면
누군가의 손길이 아니고선
저렇게 곱게 다듬어 놓지 못 했을 거란
생각 때문에……

그렇다 저건 분명 하늘이 보낸
바람의 손길로 쓰다듬어
빚어낸 작품인 것이다

앙칼지게 깎아지른 벼랑 끝에는
매서운 삭풍을 보내고
목동이 딩구는 초원에는
어머니 손길 같은 훈풍을 주었기에

아, 하늘과 땅 사이
고도 1만 피트를 날으는 몽고리안 항공기
우리와 닮은 몽고인 틈에 끼어
하염없이 고비사막 위를 가고 있다.



강인섭․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녹슨 경의선, 강인섭 통일 시집 등 4권
․저서 더 넓은 세계로
․동아일보 논설위원, 제14, 16대 국회의원, 대통령 정무수석 역임
추천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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