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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신작시/김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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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마른 문어
납작하게 말라 버린 문어의 몸은 한 遺蹟 같다. 건어물상 기둥에 걸려 증발해 버린 먹물주머니, 쭈그러진 다리들……, 전혀 감정이 닿지 않는 먼 과거 같다. 태양빛과 무더운 바람 속, 과거만 있고 來世가 없는 사막 같다. 內臟이 없는 침묵 같다.
과메기
소리 죽여 울었는지 그의 눈가가 축축하다.
생은 필경, 몇 푼의 돈을 벌고, 사랑을 하고, 긴 그림자를 데리고 어느 추운 물가를 걸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지상의 술집에 등을 기댄 채 저녁을 맞았을 것이다.
부숭부숭한 몸으로 여길 떠나기 위해 그의 마음은 아직 눅눅하다.
김윤식․
1947년 인천출생
․1987년 월간《현대문학》완료 추천으로 등단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 북어․2,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저문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옥탑방으로 이사하다
추천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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