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24호 신작시/이성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33회 작성일 08-03-01 00:59

본문

이성률
아내가 두고 간 너무 많은 아내


헤어질 때가 다가올수록
아내는 부쩍 말수가 줄었다.
홀로 보내야 할 시간
미리 준비시킨 것인데
나는 하루 종일 아내의 침묵 걸치고
아내가 가꾸었던 화초
에 수놓인 아내의 손길 어루만지다
아내의 이름 나직이 불러보고
진작 했으면 좋았을 이야기들
왜 그리 많은지
앨범 속 사진마다 리플을 단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의 아내
눈썹을 그려주고 입가에 루주를 바른다.
미처 완성시키지 못하고 떠난 스웨터
아내가 일러준 대로 뜨개질을 하면서
아내가 뜨개질 해놓은 살림살이 찬찬히 둘러보다
코바늘에 스며있는 아내의 온기
가슴에 묻고 얼굴에 묻는다.
국화차 끓여 아내의 찻잔에 입술을 맞추고
나란히 놓은 베개에서 아내의 손 꼬옥 쥐고
그곳의 하루는 어땠는지 넌지시 묻는다.




빗소리가 나를 부르다


소곤대는 빗소리에
잠을 깬 새벽 네시

어둠 속엔
곤히 잠들어 있는 밤과
늘 혼자였던 나와
오래도록 홀로일 것 같은 나뿐입니다.

그간 나는 얼마나 많은 세월 잠들어 있었는지
남은 시간 또 얼마나 깨어있을지
그렇게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도
어쩌면 나는 누군가를 위해
잠시 다녀가는 꿈일지 모릅니다.

지구촌의 아침 돌돌 말아 배달하는 하숙집 대학생
우유팩에 대관령 목장 실어 나르는 연립주택 아주머니
젖은 새벽 분주히 닦아내는 미화원
모두가 꿈의 요정일지 모릅니다.



이성률
․2000년 ≪세기문학≫, 2004년 ≪리토피아≫로 등단

추천2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