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24호 신작시/강애란
페이지 정보

본문
강애란
부드러운 관계
당신과 마주앉아 저녁밥을 먹는다
노릇하게 구워진 청어
투정 한마디 없는 따끈한 몸
큼직하니 떼어내
입 안에 넣고
말 한마디 없이
우물우물 씹는다
간이 잘 밴 짭짤한 맛
혹시나 해서 혀끝을 세웠더니
이빨 새에 가시가 송곳으로 박혀있다
당신
지금은 부드러운 살 속의 가시다
꽃지 바닷가
오락가락 비가 뿌리는
새벽 해안가 저편
할매 할배 바위
어디서 함께 떠나 언제부터
터를 잡고 앉아 살고 있는지
흐릿한 수평선 위로
비에 젖은 어린 섬들 바라다보네
잡은 손 물 속에 수초처럼 내려놓고
할 말도 물 속에 반쯤 담가놓고
오랜 세월
참 많은 파도들을 업어 키우셨겠다
들락날락 잔물결 따라
가만가만 흥얼거리실 때
나 슬며시 밀려가 할매 등에 업히고 싶네
강애란․
1955년 서울 출생
․2001년 ≪문예운동≫으로 등단
추천27
- 이전글24호 신작시/강윤순 08.03.01
- 다음글24호 신작시/이성률 08.03.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