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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이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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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22회 작성일 08-03-0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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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우
직선에 관한 유추


시골 버스 안, 위로 40%는 선팅이 돼 있고
아래 60%는 맑은 유리로 된 창

-40%선팅, 차창이 보여주는 위 아래 저 풍경 좀 봐요
  (놀라운 풍경의 동영상을 혼자 보기 아까워---)
-아래 60%, 응 그래 난 아래가 더 좋아 정말 사는 거 같군
  (자기 팀이 승리했을 때 열광하는 야구장의 사람들을 본 것)
-40% 선팅, 나는 위가 더 좋아요, 한 세상 지겹지만 간이역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풍경이에요
  (그는 자기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읽은 것)

이미 한 해의 중년이 된 9월
위로 상승하면 더욱 외로울 거야
그래도 아늑한 빛과 그늘은 있어  
등을 돌리지 마라 제발
병든 가로수를 살려낸 직선, 아래 60%는
생기발랄한 새순들이야
그러나 하강하면 불안하다
허물어지고 싶은 직선의 아픔

-40% 선팅, 저 위쪽은 도시개천의 물속 그림자 같아요
  (그렇게 맑진 않지만 도시개천에 돌아온 버들치의 유영을 본 것)
-아래 60%, 야 저 초록 좀 봐,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직전 암코양이의 눈동자 같아
  (9월의 초록이 맞나 할 정도로 팔딱팔딱 뛰는 희열을 만난 것)





황색 눈보라
―집


나의 아버지는 건축주, 그는 날마다 섹스를 한다 제우스 같은 나의 아버지,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곤 그는 날마다 섹스를 한다 나의 아버지 나의 조물주

나의 어머니는 너무도 많다 내가 사는 세상은 일부다처제, 기초 터파기 공사부터 마감을 끝내는 내 화장용 페인트 공사까지, 하도급 업자들은 물론 기사들, 인부들, 그 모두, 나의 어머니는 수도 없이 많다 제우스 같은 나의 아버지

아버지가 섹스를 즐길 땐 그냥 하질 않는다 색정이 불타는 순간에는 끝없이 망치소리를 낸다 똑딱똑딱, 어떨 때는 윙윙 톱날소리 같은 색을 쓰며 섹스를 한다 황색 눈보라를 줄곧 일으키는 아버지의 섹스, 그때마다 나의 어머니들은 방언을 지껄인다 발기하는 삿보드* 일본말, 영어, 우리말 섞어가며 급하게 몸부림치는 질문, 안서라(안 쪽 길이), 안스라 하며 뚝뚝 끊긴 신조어를 내뱉는 나의 어머니들

*영어 Support, 천장 등을 떠받치는 지주, 길거나 짧게 조절할 수 있음.



이초우․
경남 합천 출생
․2004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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