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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임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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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빈
귀
언짢은 말이나
가시 섞인 언사면
귀담아 듣지 말고
한귀로 흘려버리라고 하지만
그 조절이 안 된다
이순도 훨씬 넘은 나이에
지난 홍수 때
수위가 몹시 위태로워
댐의 수문을 열어놓았다
거대한 물줄기와
굉음의 낙하
모처럼 귀가 환히 뚫렸다
연신 귀를 후빈다
가을이다
맑은 가을이다
그냥 버리기 아까운 것들
한쪽으로 치우고
하늘까지 귀를 비워놓기로 한다
소나기
갑자기 소나기가
아스팔트를 세차게 때린다
탁탁 튀는 빗방울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가는 건데
허둥대다가
맨홀로 모여들었다
맨홀로 황급히 쏠렸다
시내를 거쳐
강물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태연하지만
짐짓 여유까지 부리지만
힘든 시작이었다
처음 만난 그날의
아우성을 기억하는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한 칠십 년 넘게 살다보면
그런 기미가 내게로 올까
넉넉함이 생길까
임강빈․
공주 출생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의 손 외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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