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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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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744회 작성일 08-03-0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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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저녁의 생각․3


나는 항상 여기에 있고 너는 항상 거기에 있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나를 보내고 네게로
너는 나를 만나기 위해 너를 보낸다 내게로
우리들의 만남은 어디에선가
너를 위해 보내는 나와 나를 위해 보내는
네가 만나는 허상이다
항상 여기에 있는 나는 네게로 보낸 나의 허상을 통제한다
항상 거기에 있는 너는 내게로 보낸 너의 허상을 통제한다
허상들은 가끔 벽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가기도 하고
문득 땅 속으로 꺼지기도 한다
나의 허상은 너를 만나 감기에 걸린다
너의 허상도 허상답게 필사의 몸부림이다
가끔 너는 너의 허상을 통제하지 못한다
나도 나의 허상을 통제하지 못할 때가 있다
꽃 피지 않는 허상들의 환각 속에서
마치 꿈처럼 너를 만지며 너와 꿈꾸며
나는 이메일처럼 나를 네게로 보낸다
네가 내게로 보내는 너를
나는 나차럼 본다 읽는다
너의 사랑은 나의 이별이기도 하고
너의 이별은 나의 사랑이기도 하다





저녁의 생각․4


숲을 바다라고 하자. 바다를 꽃이라고 하자.
꽃을 벌레라고 하자. 벌레를 호박이라고 하자.
꽃을 꽃이라 한 약속은 끝내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약속은 하늘이 무너져도 진실일 수가 없는 일이다.
새로운 약속은 언제나 무참하게 학살을 당하고,
그 무덤 위에서 껍데기 약속들은 승전가를 부른다.
오래 전 자궁 안에서의 내게는 이름이 없었다.
이름이 없었던 시절의 평화는 이제 꿈이 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혁명은 혁명이 아니고 반역은 반역이 아니다.
진실이 껍데기로 위장되어 있는 한 나 역시 내가 아니다.
진실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꽃은 꽃이 아니고, 바다도 아니고,
벌레도 아니면서 그냥 피는 것이다.
호박은 호박도 아니고, 꽃도 아니면서
그냥 저 혼자 마냥 퍼질러지는 것이다.
너는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면서, 그냥 있는 것이다.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꽃이 그냥 꽃인 날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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